까리온에서 레디고스(Ledigos)까지
일관실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발끝따라걷기' 2014년 11월 6일부터 12월 9일까지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길을 33일간 걸었다. 아주 뒤늦게 스페인 팜플로냐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으며 썼던 기록을 정리해본다.
아침 8시에 출발해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총 23.8km를 걸었다.
아침 풍경을 참 좋아했다.
모든 게 선명하게 보이는 시간.
서울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한 편.
'안녕, 헤이즐'
아이폰에 담아간 음악이 많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안녕, 헤이즐' OST.
거의 모든 아침의 길에서 들었던 음악.
인생의 음악을 건졌다.
이 노래를 들으면 풍경, 체온, 스산한 공기, 무릎의 저림이 떠오른다.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더 많이 기록해야 했던 게 아닌가.
그래서 필사적으로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세상을 그리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도 살다보면 희망을,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지점을 발견하는 건 굉장히 사소한 데서다.
출퇴근길 빽빽한 군중 속에서 누군가 누군가를 밀치고,
누군가는 밀치지 않으려고 힘을 주고 버티고
빨리 타려고 앞선 사람의 등을 밀어낼 때 희한하게 절망감을 느낀다.
희망도 비슷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귀여운 짓을 할 때
그래도 괜찮은가 보다 한다.
이렇게 길에 '노란 표시'가 없을 때
헤매지 말라는 의미로 돌을 모아둔다.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돌들을 모아놓은 모양이 하트다.
왜 이러지, 사람들
저기 보인다.
내가 두고 온 돌멩이.
단순히 사람 문제만은 아니겠지.
지하철 한 칸에 몸을 구겨넣을 수밖에 없는,
툭 터진 길 위를 천천히 두리번거릴 수 있는,
공간의 결핍, 공간의 여유
무릎이 삐걱거려서 레디고스에 멈췄다.
Albergue El Palador(8유로)에 머물렀다. 숙소는 별로 좋지 않았다.
스페인 부부랑 같이 방을 썼는데, 정말 추웠다.
오렌지 주스 1l를 사서 마셨다. 목이 말랐고, 비타민...을 섭취한다는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