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_미생

까리온에서 레디고스(Ledigos)까지

by 마감인간
일관실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발끝따라걷기' 2014년 11월 6일부터 12월 9일까지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길을 33일간 걸었다. 아주 뒤늦게 스페인 팜플로냐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으며 썼던 기록을 정리해본다.

아침 8시에 출발해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총 23.8km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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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풍경을 참 좋아했다.

모든 게 선명하게 보이는 시간.


서울에서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한 편.

'안녕, 헤이즐'

아이폰에 담아간 음악이 많지 않았는데

알고보니 '안녕, 헤이즐' OST.



거의 모든 아침의 길에서 들었던 음악.

인생의 음악을 건졌다.

이 노래를 들으면 풍경, 체온, 스산한 공기, 무릎의 저림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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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더 많이 기록해야 했던 게 아닌가.

그래서 필사적으로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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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그리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도 살다보면 희망을, 절망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지점을 발견하는 건 굉장히 사소한 데서다.


출퇴근길 빽빽한 군중 속에서 누군가 누군가를 밀치고,

누군가는 밀치지 않으려고 힘을 주고 버티고

빨리 타려고 앞선 사람의 등을 밀어낼 때 희한하게 절망감을 느낀다.


희망도 비슷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귀여운 짓을 할 때

그래도 괜찮은가 보다 한다.

이렇게 길에 '노란 표시'가 없을 때

헤매지 말라는 의미로 돌을 모아둔다.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돌들을 모아놓은 모양이 하트다.

왜 이러지, 사람들



저기 보인다.

내가 두고 온 돌멩이.



단순히 사람 문제만은 아니겠지.

지하철 한 칸에 몸을 구겨넣을 수밖에 없는,

툭 터진 길 위를 천천히 두리번거릴 수 있는,

공간의 결핍, 공간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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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삐걱거려서 레디고스에 멈췄다.

Albergue El Palador(8유로)에 머물렀다. 숙소는 별로 좋지 않았다.

스페인 부부랑 같이 방을 썼는데, 정말 추웠다.

오렌지 주스 1l를 사서 마셨다. 목이 말랐고, 비타민...을 섭취한다는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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