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_걷기 일상에서 무기력을 만날 때

레온에서 산 마르틴(San Martin)까지

by 마감인간
일관실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발끝따라걷기' 2014년 11월 6일부터 12월 9일까지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길을 33일간 걸었다. 아주 뒤늦게 스페인 팜플로냐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으며 썼던 기록을 정리해본다.


아침 7시 44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총 26km를 걸었다.




걷긴 하는데 무기력에 빠지면 졸립기만 하다. 순례길 절반을 넘어선 시점부터 같이 걷던 이들도 모두 흩어지고,

무릎도 말썽이라 기분은 가라앉았다. 무릎을 굽히지 못할 정도로 절룩거리면서 걷는 지경이 되었다. 사진을 세 장만 찍은 걸 보면 이 날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뒤늦게 기록하려다보니 머릿 속에 남은 이미지, 풍경, 알베르게를 찍지 않은 게 아쉽지만 그 때는 또 많은 사진을 찍지 않는 게 나름의 선택이었다.


P20141125_163055727_6B30CE7F-9224-461B-B033-5F3DE88BA36A - 복사본.JPG
P20141125_163113608_4CF56E63-917B-4FFD-A2AD-F690235390E6 - 복사본.JPG


우연히 한국인을 만났다. 취업 걱정을 하던 그는 회사를 그만둔 나에게 이러저러한 질문들을 던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화제인물이 되는 건 단연코 한국인들 사이에서다. 대학생이든, 정작 당신도 회사를 그만두고 온 사람이든, 은퇴한 사람이든 간에 '무언가'를 그만두고 왔다는, 직설적으로는 '밥벌이'를 그만두고 왔다는 데 미미한 경외감과 동시에 현실의 착잡함을 공유하려 했다. 이분법적 사고는 오류투성이일테만, 나는 갈수록 한국이 '복불복 사회'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간힘을 쓰며 현실을 버텨내거나, '전세금으로 세계여행을 떠났어요'류의 기사들이 자주 나온다는 건 그만큼 '균형'을 잃은 사회가 됐다는 반증으로 보였다. 선택지 없는 사회, 버티거나 떠나거나. 여행이 일상 혹은 생활의 영역에 편입되지 못하고, 화젯거리가 된다는 건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미봉책 같아 보인다.



P20141125_185922771_147DCBE4-5DC4-4D1B-B9B6-27171E88CD97 - 복사본.JPG


Albergue Veira(7유로)

순례자 메뉴(10유로)

까페꼰레체 1.30 유로


매거진의 이전글21_맛조개의 맛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