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_중간점검_신발 편

산티아고 길 이야기는 반복되니까 신발 이야기를

by 마감인간
일관실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발끝따라걷기'. 2014년 11월 6일부터 12월 9일까지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길을 33일간 걸었다. 아주 뒤늦게 스페인 팜플로냐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으며 썼던 기록을 정리해본다.



Q. 신발 무얼 신어야 하나요?


일반적으로 산티아고길을 가겠다고 마음 먹은 이들은 철저한 준비에 나선다. 신발, 옷가지, 배낭 무게, 크기, 모자, 우의를 비롯해 베드버그를 물리칠 약, 붕대, 각종 비상약 등. 준비가 필요하지만 찾다보면 이렇게까지 하면서 가야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길을 걷기 전에 여행을 했던 터라 많은 걸 준비하지 못했다. 등산화 판매점 가서 중등산화(240/보통 235 신음)를 구매했다.


Q. 겨울철 필요한 물품이 무엇이던가요?


우의

우의는 스페인 매장 Quechua에서 만 원가량 주고 망토 우의를 샀는데, 걸을수록 불편했다. 비싼 건 허리춤에 망토를 고정시킬 수 있던데 내가 산 망토 우의는 거의 바람에 휘날려, 붙잡고 다녔다. 그리고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망토 입어도 젖는 건 매한가지다. 데이빗 아저씨는 비가 내리면 우의 자켓과 등산 바지 위에 우의 바지를 덧입고 걸었다. 혁신적이었다./ 하늘색 바람막이 자켓(?)도 케츄아에서 8만원 주고 샀다.


스패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레깅스를 여러개 겹쳐 입고 다녔는데 발목과 등산화 사이로 조약돌이 수백개씩 점핑해 들어갔다. 걷는 게 익숙하지 않을 때 조약돌이 들어가면 배낭 내리고, 등산화 끈 푼 뒤, 조약돌 빼고, 다시 걸으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무릎까지 오는 스패츠가 있어서 탐났다. 하지만 어마무시하게 비싸서 사지 않았다. 중국 잡화점에서 에어로빅 토시를 샀다. 조약돌은 들어가지 않으나 비오는 날에 철퍽한 건 감수해야 한다.


침낭

따뜻한 게 좋다. 이불 밖은 언제나 위험하니까. 알베르게가 깨끗한 곳도 있지만 눅눅한 곳도 많기 때문. 나는 침낭을 사지 않고, 우연히 까미노 전에 들른 까친연 알베르게에서 인심 좋은 한국인 분이 침낭을 빌려주셨다. 이 침낭은 겨우 까미노 끝냈는데, 다시 두 번째 까미노를 떠나는 운명을 견뎌야 했다.


바셀린과 초콜릿(매번 사면 된다) / 그 밖에는 그 때 그 때 사도 되고, 사실 없으면 없는대로 살게 된다는.


따라서 신발 사진을 모아보니, 바닥만 바뀔 뿐 그 무엇 하나 바뀐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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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로냐에서 찍은 첫 날 사진.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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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데 익숙해진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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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에 조약돌이 들어가는 바람에 잡화상에서 건진 발토시(그 중 가장 평범했더라.) / 지친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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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도착한 직후 성당에서, 만족해하는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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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도착한 뒤 걸을 일이 없자, 노란 화살표가 그리운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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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중인 신발, 얼굴이 하얗게 뜬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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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걷고 싶지 않아, 숨고만 싶은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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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님을 뒤로 하고, 탱탱 부은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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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비가 오지 않은 맑은 날씨에 모델 포즈 취한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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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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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지만 보면 안도하는 신발, 드디어 다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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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한 신발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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