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_아무렇지 않게 기차를 탑니다

팜플로냐 가는 길

by 마감인간
일관실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발끝따라걷기' 2014년 11월 6일부터 12월 9일까지 스페인 순례길 산티아고길을 33일간 걸었다. 아주 뒤늦게 스페인 팜플로냐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걸으며 썼던 기록을 정리해본다.

2014년 11월 6일 일기 中


"까미노를 시작한다. 어젯밤 자면서 한 시간에 한 번씩 깨어난 것 같다. 아마 7시 35분이라는 기차 시간의 압박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숙소 Barrio de Pilar 역에서 Atocha-Renfe 역까지 가야했으므로. 막상 혼자 길 위에 서려니 두렵기도 하다. 사람들이 길 위에 천사들이 많다고 하니 맨몸으로 그들을 만나길 고대한다."


IMG_5754.JPG 팜플로냐(Pamploña)가는 기차 Renfe안에서.

여행하면서 다행이었던 건 길치가 아니라는 거다. 생각보다 지도를 잘 본다는 것이고, 생각보다 별 망설임 없이 움직이고 크게 헤맨 적이 없었다는 것. 보통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해외에 머물 때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움직이길 망설인다. 하지만 대도시라면 '일반적인' 시선으로 그 장소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대충 내가 어디로 움직이면 될 지 보일 때가 있다. 소도시는 현지인에게 물어보는 게 상책이다.


팜플로냐로 가는 기차는 아침 7시 35분. 마음이 영 편치 않아서 아침 새벽부터 알베르게를 나섰다. 11월이라 아직 해가 뜨기 전이었다. 아토차 역으로 가는 길 횡단보도를 건너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무언가를 바닥에 떨어뜨렸나보다. 누군가 '세뇨리따'라고 외쳤고 나는 무심코 뒤돌아봤는데 그 분이 그 무언가를 집어서 나에게 건네줬다. 중요한 물건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 '천사님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거의 첫 차를 타다시피한 지하철에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경계심이 생겼다. '천사님,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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