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설, 현실적인 지극히 현실적인

드라마로 '대학생'을 찾아봅니다.

by 마감인간


홍설,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


홍설은 참 현실적인 ‘대학생’입니다. 늘 바쁩니다. 개강했다 싶으면 과제 압박에 시달리고, 조별 발표 때마다 무임승차하거나 차일피일 준비를 미루는 조원들 때문에 전전긍긍하기 일쑤입니다. 홍설은 장학금을 받아서 비싼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면,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면 높은 학점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면 숨 돌릴 틈 없이 영어 공부에, 아르바이트에 또 다시 전력투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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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tvN <치즈인더트랩>은 방영 초기 높은 관심에 비해 논란 속에 막을 내렸는데요. 논란을 차치하고 인물로만 본다면 홍설은 지극히 현실적인 대학생처럼 보입니다. (물론, 재벌 2세 유정과의 로맨스는 빼고요!) 홍설의 대학생활만큼 그가 살던 비좁은 자취방은 인물의 리얼리티를 더했다고 할까요. 앉은뱅이 책상 위에 노트북, 고데기, 이니스프*에서 샀을 법한 화장품. 낯설지 않죠.


이철호 미술감독은 “문을 열면 방이 딱 펼쳐지는 세트보다는 집까지 들어가는 모든 상황들도 설이의 생활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모두 담고 싶었다. 방까지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힘들게 계단을 올라와서 들어가는 생활감을 주고 싶어 바깥 계단까지 세트로 만들었다”고 밝혔는데요. 생활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기사) 이 감독이 <밀회>에서 혜원이 낯설다고 느끼는 동시에 무방비로 해제된 선재의 허름한 다락방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capture-20160303-222812.png ⓒtvN




미래 없는 불안 vs. 미래를 꿈꾸는 불안


언제부턴가 드라마 속 ‘대학생’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습니다. 늘 무언가에 시달리거나, 팍팍하거나. 원래 젊음이 그런가요. 아프니까 청춘인가요. 대학생부터 취업 준비생까지 20대에 걸쳐있는 대학생 혹은 청춘들은 불안합니다. 단막극 <달팽이고시원>에서는 고시원 총무 방준성이나, <습지생태보고서>에서는 축축한 반 지하 공간에서 부대끼며 사는 청춘들은 가망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가난함에 무력해지는 눅눅하고 어두운 현실을 비춥니다.


그 언제부턴가를 거슬러 올라가면 수능 이후 꿈꾸는 대학생활, 그 ‘대학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캠퍼스의 낭만, 꿈을 찾는 청춘, 그런 모습 말이죠. <겨울연가>로 유명한 PD 아시죠. 바로 윤석호 PD는 1990년대 트랜디한 드라마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여름향기>, <가을동화>와 같은 계절 시리즈 전에 <컬러> 시리즈에 이어 <광끼>라는 드라마를 연출했죠.


<광끼>는 젊은이들의 우정, 좌절, 연애를 그린 청춘 드라마라고 소개됩니다. ‘스펙’은 없죠. 물론 대학생활의 판타지를 극대화 했을테지만, 지금과는 사뭇 다릅니다. 공모전에 나가거나 영어실력을 늘리는 취업 대비용 동아리가 많다면 <광끼> 속 인물들은 광고 PT를 하고, 마치 당대 광고를 쥐고 흔들어 보겠다는 호기로움을 보여주고 실패와 좌절을 겪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불안은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진 않아요. 90년대만 해도 청춘은 ‘도전’이라는 수식어가 과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 <카이스트> 속 대학생의 모습도 <광끼>와 다르지 않습니다. 천재들만 다닐 것 만 같은 ‘카이스트’가 배경이죠.(시청자는 의문의 1패) 학문의 상아탑 아래에서 '살리에르’ 민재는 천재 정태 때문에 고뇌하고, 정태와 지원은 아슬아슬한 감정 줄타기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박 교수와 이 교수는 제자들과 거래하는 게 아니라, 교류합니다.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독려하고요.


뉴스에서만 대학생 소식이 '취업 준비생'으로 등치시키는 게 아닌가 봅니다. 드라마가 비추는 대학생의 모습도, 사회에서 요구하는 청춘상도, 청춘 스스로가 바라보는 자화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청춘의 속성이 ‘흔들림’과 ‘불안’을 수반한다고 하지만 글쎄, 홍설처럼 제아무리 현실에 발을 딛고 버티려 해도 부유할 수밖에 없는 ‘텅 빈 불안감’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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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농활을 떠난 <카이스트> 속 청춘. 흰 소리를 늘어놓는 것 같지만 직설을 날려 상대방 마음을(시청자 마음까지) 뜨끔하게 만드는 도깨비 ‘민경진’이 교환학생 생활을 마치고 돌아옵니다.


<카이스트> ‘고사리의 여름 1,2’ 편 대사 중


경진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천체망원경이야.

그런 거 없어두 밤하늘을 더 잘 볼 수 있다는 걸 모르더라구. 뭐해. 봐봐.


민재 (쌍안경으로 하늘을 본다) 봤다. 그리고.


경진 뭐가 그리고야. 이제부터 별을 하나씩 세보는거지.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6천개 정도. 지구를 반으로 가르면

3천개. 지평서 주변을 빼면 대략 2천개 정도는 셀 수 있어.


민재 설마 니가 세봤다는 건 아니겠지?


경진 하루밤이면 다 셀 수 있어. 몇번 해봤어.


민재 (쌍안경을 내려 경진을 보며) 너 그런 취미 있었냐? 언제부터.


경진 니가 날 알기 전부터. 하긴 지금도 넌 날 잘 모르지만.


민재 너 미국에서 외로왔냐? 별이나 세구 살았던거야?


경진 (여전히 하늘을 보며) 분석 좀 하지마. 그런 거 하지 말고

별이나 보라구. 5분만 입다물고 별을 보면 내가 상을 줄게.


민재 (피식 웃고) 무슨 상.


경진 음.. 5그램의 평화. 10그램의 자유. 그리고 20그램의 행복.



+ 그리고 <광끼> OST도 추천합니다. / 원곡: 엘도라도-개구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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