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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감인간 Sep 19. 2016

오늘은 용기가 부족한 하루

2016년 9월 19일 / 할 만 한 게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었다.

오늘은 용기가 부족한 하루였다. 



'시한부'라는 게 와닿는 요즘이다. 


대학생 때 함께 활동했던 친구는 아이를 낳고 갑작스레 저 세상을 갔고, 한 때 취재원이었던 김재철 전 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공영방송의 회복을 주장했던 해직기자는 희귀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어처구니없는 소식을 접할 때 드는 생각은 '이 세상 왜 이러는거야'다. 


그러다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가면서 결국 나에게 당도한다. 완벽한 사실은 나 또한 '시한부'라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영원히 살 것만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말 끝이 있다는 게 소름끼쳐서 이럴 땐 무언가를 쓰고 기록한다. 머릿 속을 맴도는 생각을 붙잡아 글로 새기고,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는 것이다. 


살아있음에 대한 증명.  

생각만큼 최선을 다해 살고 있지 않다는 깨달음. 


예전에 한 선배와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인 적이 있다. 한창 MBC노조가 파업했을 때였는데 그 선배랑 시시콜콜하게 말하는 게 편했다. 어쩌다가 결정과 선택에 대해  이야길 나눴다. "저는 헷갈릴 때마다 만약 내일 죽으면 이걸 할까 말까로 결정해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선배는 "너무 기준이 높은 거 아냐"라고 덧붙였다. 


선배 말마따나 기준이 높아서 그런지, 까놓고 보니 웬만한 일들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었다. (당장 세계여행 고!) 그럼에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안 하는 것보다 해보는 게 나을테니까 라는 판단에 많은 일들을 변덕스럽게 했다. 이럴 때마다 "만만하다"는 생각도 끼어들었다. 모든 일이 시시하고, 하찮고, 재미없다고 느껴졌고, "할 만한 일들 뿐이네"라는 도돌이표를 마주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삶이 내 삶과 겹쳐질 때,

내 모습이 희미해질 것만 같지만 

도리어 선명하게 보인다. 



모든 일들이 할 만했던 게 아니라, 

도전이 되지 않았던 게 아니라, 

도전이 되지 않는, 그럭저럭 할 만한 일들을 

찾아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디 평안함 속에 고이 잠들길.

그리고 병마와 싸워 이겨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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