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1일/ 맥락있게 해피엔딩으로
오늘은 변덕을 부린 하루였다.
회의할 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모를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말이 말을 낳는다고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여기 많은 말들 중에 쓸만한 말 한 마디 건져가세요. 흥!" 개선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말하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비효율적으로 만연체를 구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상대를 보니 더 말해야겠구나 싶어 이 얘기하다가 저 얘기로 넘어가고. 왜 그랬을까? (A. 이번 회의가 끝이 아니니까!)
점심을 먹고나면 30분 정도 남는다. 회사 주변에 공원이 있어 여기저기 산책했다. 팟캐스트에서 한 소설가가 말했다. 인간의 몸 세포는 3년마다 바뀐다고. 소멸하고, 다시 생성되고.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 내가 몇 년전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쓴 글 같더니만. 악! 정말 '다른' 사람이 쓴 것이었어. 컴퓨터 하드에 조각난 글들을 완성하지 못했던 건 그 때 걔가 쓰지 못한 걸 지금의 내가 쓰려니 쓰지 못할 수밖에. 왜, 지금도 못 쓰는 거지? (A. 3년 뒤를 기약해보자고!)
요즘 화두는 '전문성'이다. 스페셜리스트냐, 제너럴리스트냐 말도 많다만 어쨌든 나는 전문성이 없는 사람에 속한다. 사실 전문성보다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강력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는데 막상 손재주는 없다. 내가 하는 일이라곤 한국어를 좋아해서 국어사전을 뒤적이거나, 차(TEA)에 관심이 생겨서 영국 찻잔사(?) 책을 읽고,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살겠노라 선언한 뒤 물건 정리를 하고 있는 정도다. 이달 말부터는 서울시민대학 키치 문화 강의를 듣기로 했다. 헝; 왜 이렇게 두서없지? (A. 돈쓰지 않는 것만 찾으니까!)
하늘이 가위바위보할 때 '보자기'를 엄청 쫙 편 것 같은 하늘이었다.
원래 하늘이 이렇게 넓었나.
넓은 하늘에 비행기가 지나갔다.
변덕의 또 다른 말 '새로움'이라고 해두자.
맥락있는 해피엔딩
노래 선물. 좋은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