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3일 / 나에게 글이란 무엇인가.
오늘은 마감에 시달리는 하루다.
브런치를 쓴 지 어느새 해를 넘길 정도로 오래되었구나. 나는 브런치를 쓸 때 계속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마감'이 있을 때 쓰는 사람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했던 건 얄팍한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낼 수 있는 기회. 하지만 나는 그 정도로 글을 잘 쓰지 못했다. 우연히 공저로 책을 출판할 기회를 얻었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카페에 출근하길 서 너달 정도 했다. 짜깁기의 결정체라고 여길 때쯤 마감날이 코앞이라는 걸 깨달았다. 믿었다. 마감신이 나를 지켜주리라는 것을.
나는 에세이를 쓸 때 에세이에 넣을 사진을 잘 찍어서 보내려면 똑딱이 카메라가 필요하다고 합리화했다. 중고국가에서 직거래로 똑딱이를 사고 말았다. 사실 그 전날까지 분명 니콘 똑딱이를 엄청 검색해서 마음을 굳혔는데, 우연히 소니 똑딱이가 싼 값에 올라온 걸 보고, 바로 그 날 거래해버렸다. 알고 있는 사실이 또 하나 있었다. 책이 출간된다 해도 아마 그 인세는 내가 거래한 중고카메라값을 보전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렇게 중고 카메라를 샀고, 열심히 찍었고, 지금은 고이 서랍에 보관 중이다.
책 내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공저로 참여하는 책이라 나만 '마감'한다고 해서 책이 곧장 나오지 않는다. 인세까진 바라지도 않았는데 마감에 시달리며 자발적으로 마감한 글들이 서랍으로 고이 보관될까봐 신경 쓰인다. 도대체 글은 내게 어떤 의미일지 모를 일이다. 재작년부터 글쓰는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일기 쓰는 사람은 부지런해 보이는데, 글 쓰는 사람(특히, 나처럼 잡글 쓰는 사람)은 지나치게 늘어져 보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되지도 않는 영어로 글 쓰고 싶다는 얘길 왜 그렇게 많이 했는지. 그냥 포장되지 않은 그 말이 나라고 받아들였다.
재작년부터 회사를 다니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기고 마감을 하고 있다. 휴가, 명절, 병가(?)를 이유로 단 한 번도 마감을 어긴 적이 없다는 건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아마 마감 신과 돈 신이 나를 이끌었을 것이다.) 습관이 될 법한데도 회사에서 일하는 나와 글을 쓰는 나로 쉽사리 스위치 턴오프되지 않는다. 이럴 땐 이렇게 브런치를 쓰게 되는가봉가. 사실 또 다른 마감은 4월에 있다. 정말 4월이 오는 건가요. 덜덜덜.
우연히 이 글을 본 모든 분들 평안한 하루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