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옛날 옛적 이야기
스페인 세비야에서 두번째 밤을 맞이한다. 공항에 밤 11시 30분정도에 도착해서 세비야행 공항버스를 기다리고, 버스에 내려서 숙소를 찾는게 쉽지 않았다. 어두컴컴해서, 짧은 스페인어로 물어보면서 이리뛰고 저리 뛰고 했다. 이스끼에르다, 데레차, 쁘론떼
밤 12시 넘어서 한 시간 넘게 열 명 가까이 바 직원들에게 물어본 것 같다. 그래도 일상의 마무리를 하는 이들인데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저렇게 손짓 발짓을 하며 길을 알려줬다. 두 명의 웨이터가 담배를 피면서 펜션 비엔베니도로 데려다줬다. 고마웠다.
하지만 숙소는 후줄근한 모습이었다.
관광산업이 이끄는 도시에는 활기만큼 고단함이 묻어난다.
여행자의 낙천적인 웃음 뒤에 누군가는 서빙을 한다.
여행자가 청결함, 샤워실, 침대 시트를 꼼꼼하게 따지며, 내가 지출한 값어치에 상응하는 지 저울질하는 동안, 누군가는 화장실을 청소하고, 침대 시트를 빨아서 말린다.
스페인은 태양의 나라라고 하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그늘은 적었다.
차광막이 있고, 스프링쿨러를 틀어놓는다.
선글라스 너머에 눈부신 태양빛 사이로 이들이 일을 한다.
세비야의 길을 복잡하고, 대성당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스페인 광장의 웅장함에 놀랐다.
그 곳도 규모만큼 많은 손길이 닿았다.
말들은 파리를 내쫓느라 연신 허공에 대고뒷발질을 하거나 몸을 떨었다.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말 끄는 이들이 올라(Hola)를 외친다.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의 곁을 서 있는 것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나야 잠시 관찰자가 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