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책 <스토너>를 모두 읽은 하루였다. 정적인 소설. 어떠한 큰 사건도, 큰 고난도 없었다. 물론 스토너의 다양한 고군분투는 있었지만 이 또한 큰 성공도, 큰 실패도 없었다. 역자는 "'이 사람아, 왜 당하고만 있어'라고 가슴을 치고 답답했다고 한다. "스토너는 계속 참기만 하는데 악의 무리는 승승장구했다"고 아쉬워했다. 사실 나는 읽는 내내 '당한다기'보다 스토너가 '택했다'고 느껴서 답답하지도, 아쉽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어릴 적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날개에 몸을 싣고 날아가고자 한다.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무엇이든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성치 않은 날개를 발견한다. 그리고 나면 늘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할 수 있다'는 낙관에 기댈 지, (실패할 거라는 예측에도) '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댈 지. 또 하나 포기를 받아들일 지. 주판을 튕기는데 합리적으로 포기를 택했지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타오르는 일이 생긴다.
스토너는 그 갈림길을 자신의 의지대로 끌고 간 사람인 것 같다. 그 모습은 온전하지 못한 답안지, 찢어진 손수건, 낡은 양복, 펜촉이 부러진 만년필과 같다. 과연 나는 어느 지점에서 작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걸까. 문득 우리나라는 개인의 작은 성공과 실패를 맛볼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데 깊은 빡침을 느끼며. 오는 조기대선을 맞이하며 선거공보를 읽으러 가야겠다..결말이 이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