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일기를 쓸 때 들었던 주의사항이 있었다. '오늘'은 '오늘'이라고 쓰지 않아도 '오늘'의 일기니까 빼야 한다고, 그리고 '나는'이라는 말도 빼야 한다는 거다. 어릴 땐 빼라고 하니 빼고 쓰는데 문장 쓰는 게 참 멈칫거렸다. 쓰다보니 '오늘' 투성이에, 온통 '나는'의 행렬. 나중에 크고 나서 이런 저런 일상을 쓴 내용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나는'과 '오늘'이라는 단어를 빼는 쪽은 선호한다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 이게 교육의 힘인가.
요즘 유행하는 말은 '욜로족'. 한 번 사는 인생, 지금을 즐기라는 말. 그렇다보니 '나는'과 '오늘'이라는 생략된 단어를 소환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본다. 기획안을 작성하고, 글을 쓰고, 까똑을 하고, 페북을 하더라도 정말 내가 '나로서' 살고 있는 지 장담하기 어렵다. 5월처럼 징검다리 황금 연휴를 앞두고 있을 때 열흘의 휴가를 누릴 수 있다는 설렘을 느끼지만 평소 내가 오늘을 사는 지, 어제를 카피앤페이스트로 사는 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나는 '오늘 하루 어땠나요'라는 나만의 코너가 꽤 좋다고 생각이 방금 들었다. 앞으로는 노스탤지어 산업이 뜬다는 데 '지나간 오늘들'을 떠올리는 건가. 사람이 건강하지 못한 때는 계절이 변하는 걸 눈치 채지 못할 때라는 얘길 들었다. (다행히도) 길가에 핀 들꽃이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오늘'은 건강한가 보다. 브런치를 일기장 삼아 이렇게 '오늘'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거 어떻게 백업해야 하는 걸까. 믿을만 한건가. 브런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