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브랜드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세일을 하길래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운동화 세일한다. 사려면 사구. 아빠 꺼랑."
집에 와서 아빠와 엄마의 운동화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2017년에 생산된 운동화들은 40%~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나열돼 있었는데 프리오픈이라는 말은 괜히 빨리 사야할 것만 같은 마음을 재촉했다. 엄마는 대부분 괜찮다고, 발볼이 넓은 운동화면 다 괜찮다고 했다.
사실 엄마는 옷 한 벌 사더라도 집에 어떤 옷이 있는지, 코디를 어떻게 할지, 재질이 어떤지, 혹시 백화점에서 보는 이 옷이 고속터미널에서 봤던 디자인이라, 고터에서 사는 게 나을지 등 각종 체크리스트를 따지는 소비자인데, 이상하게 내 돈을 쓸 땐 한 없이 기대치를 낮춘다. 딸의 돈이라 그런 건지. 이럴 땐 엄마는 어떤 중년 아줌마의 평균치를 대변하는 말들을 쏟아낸다.
"편하면 되지"
"59,000원이면 너무 비싸다."
근데 엄마는 내가 봤을 때 비슷해보이는데 검정 폴라티를 재질이 다르다고 각각 살 때도 있는데 말이다. 가끔 옷에 따라 용도가 다를 때도 있다. 이 검정 폴라티는 조끼에 받쳐입을 때, 다른 검정 폴라티는 그냥 심플하게 입을 때. 나로선 알 수 없는 기준이지만, 모처럼 지갑을 여는 딸 앞에서 엄마는 본인의 취향보다 보편적인 기대치에 맞추는 것 같았다. 어쨌든 아빠 한 켤레, 엄마 한 켤레, 나 한 켤레 샀다.
그리고 이제 말할 수 있지만, 무리한 건 나였다. 이번 달 예산을 웃도는 카드비를 충동적으로 쓰는 행위라 내 취향을 버리고 싼 운동화 중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데 그 운동화를 받아서 신어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게 왜 39,000원이야. 이건 20,000원도 아깝잖아. 이런 구닥다리를 내놓고 블랙프라이데이라는 거야. 온갖 불평을 쏟아내면서 반품신청서를 작성했고, 택배 수령비 5,000원을 쓰고 말았다.
블랙프라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