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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다정이 Nov 27. 2020

뒤처지다





대학생인 세정과 고등학생인 미정은 일곱 살 유정의 언니이다. 유정은 두 언니를 모두 좋아하지만 세정이 언니를 좀 더 많이 좋아한다. 그건 세정이 언니가 솔직히는 아주 더 많이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애인도 있고 특유의 자신만만한 공주 같은 태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정이 언니는 매일 같이 이상한 갈색 교복만 입고서 아침 일찍 사라진 뒤 밤늦게 나타났는데, 언제나 죽상인 낯빛이었기 때문에 솔직히는 조금 많이 못생겨서 마주칠 때면 늘 유정을 주눅 들게 했다. 두 사람이 같은 부모 밑에서 나고 자란 것이 맞는지 같은 핏줄인 유정마저 의심이 들 정도로 세정과 미정은 참 많이도 달랐다. 다른 건 그뿐만이 아니라 화장실에서 똥을 누는 시간조차도 아주 많이 달랐는데, 이를테면 미정은 밥을 먹다가도 이미 어두웠던 낯빛이 더욱 어두워지고서는 잠시만, 을 읊조린 뒤 화장실에 들어가면 십 분이 흐르고 삼십 분이 흐르고 한 시간이 흐를 때까지도 묵묵부답이었다. 똑똑똑, 밖에 있던 사람들이 미정이 쟤 화장실에서 무슨 사달 난 것 아니냐 하고 웅성웅성할 때쯤에서야 고개를 빼꼼 내밀며 잠시만, 하고는 자신의 생존 여부를 보고했는데 그게 일주일에 세 번은 반복되는 미정의 일과였다. 반면에 세정은 유정에게 콩쥐팥쥐 동화책을 읽어주다가도 그 어떤 전조도 없이 잠시만, 을 말하고는 화장실로 곧장 직행해 5초도 지나지 않아서 손까지 말끔하게 씻고는 경쾌한 얼굴이 되어 다시 유정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언니였다. 그런 세정과 미정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일곱 살 유정에게 세정은 제 삶에 더러운 똥이 조금이라도 끼어들 틈을 주지 않는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의 화신이었다. 이를테면 잠시만을 말하면 그 잠시를 찰떡같이 지키는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 미정이 언니는 그걸 정말 못하지. 유정에게 미정이 언니는 더럽고 냄새나고 지저분한 똥을 미련하게도 오랫동안 붙들어 매는 사람이었다. 대체 평소에 무얼 먹고 다니길래. 언제부턴가 유정은 세정이 미정에게 하는 말버릇을 따라 배우고는 미정이 언니를 향해 틈만 나면 혀를 차곤 했는데, 그럴 때면 미정은 울고 싶다는 얼굴로 못생기게 웃으며 이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잖니, 하고 말했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에 어디 있담. 그런 걸 하나도 모르는 유정은 미정이 언니는 거짓말쟁이야. 일주일에 세 번씩은 화내듯 쏘아붙였다. 잠시라고 해놓고선 나도 써야 하는 화장실을 저 혼자 두 시간씩이나 훌쩍 써버리잖아. 언니 때문에 오줌을 참지 못하고 싸버린 적도 있는데, 실은 언니 때문에 그런 건데 밖에서는 내가 오줌싸개라고 소문이 다 났어. 그렇게 유정은 화장실 휴지통 안의 새빨갛게 피가 묻은 휴지를 모른 체하며 미정이 언니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었다. 똑똑똑. 어느 날은 엄마가 유정을 위해 사놓은 요강을 거실에다 두었는데, 내가 왜 미정이 언니 때문에 내 오줌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하는 건데. 납득할 수 없었던 유정은 결국 참다못해 오줌을 바지 위에 누었다. 똑똑, 똑똑똑. 엄마에게 궁뎅이를 철썩철썩 맞는 내내 유정은 앙칼진 얼굴이 되어서는, 내가 어른이 된다면 똥구멍에서 피가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한번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 될 거야. 잠시가 정말 잠시인 사람. 냄새나는 똥이랑 두 시간씩 같이 있는 미정이 언니 같은 사람은 절대 되지 않을 거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똑똑. 똑똑똑. 잠시만. 똑똑! 쟤 화장실에서 무슨 사달 난 것 아니냐, 사달은 무슨. 대체 평소에 무얼 먹고 다니길래 매일 피똥을 싸고 그래, 유정이 쟤는.





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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