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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다정이 Dec 13. 2020

빈손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장을 보았다. 사진에서 어린아이가 쿠키를 들고 있었다. 깜짝 선물인  쿠키를  뒤에 숨기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로. 아이는 동네에서 쓰레기를 수거해가는 청년을 기다리는 거였다. 평소에 아이는 청년에게 자주 인사를 건네었다고 한다. 그날은 청년을 만나 쿠키를 건네려 했던 것인데 우연히도 그날은 마침 청년의 생일이었다. 기뻐하던 얼굴의 청년은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기뻐했을 것이다. 청년은 아이의 쿠키가 그날 유일하게 받은 선물이라 말했다고.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부끄러워 손을 숨긴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은 없다. 하지만 있었을 것이다. 나는  자주 무엇이 보통의 성의인지를 몰라 망설이곤 했으니까.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찾아간다거나    빈손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다가, 빈손이 아닌 사람을 보았을  아차. 저렇게 무언가를 건넬 수가 있는 거였구나, 저런 살가운 마음일  있었구나, 하고 뒤늦게  성의 없음을 알아채곤 했다. 무언가를 건네고 싶다는 저런 상냥함을 사람들은  때부터 가지고 있는 건가. 나는 신기해하면서  나는 모르지,  이제야 알아채고 허둥대는 거지. 그렇게 부끄러워했고  정확하게는 민망해했다. 어떤 결격 사유를 들킨 것마냥.


성의가 몸에 배어있는 이들은 살아오는 내내 어떤 주고받음을 겪었을까, 혼자 상상해보다가.

나도 성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그게 어렵다면 조금 애를 써서라도 성의 있는 사람이. 성의가 누군가를 웃게 하고, 어느 곳에서는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기도 할 테고, 심지어는 살리기도 할 것이다, 사람을.




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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