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식물잼뱅이의 농부도전기

by 하루


작더라도 내게 밭이 있으면 좋겠다고. 맛을 보고 나니 내 밭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다.

초록초록 작은 잎이 무럭 자라 열매를 내고, 튼실하게 여물어 내 아이 입을 그득하게 채워주는 재미는 참 쏠쏠하다.



그 재미를 글로 남기고 나는 밭을 정리한다. 해가 바뀌기 전까지 추첨으로 얻은 텃밭을 사용할 수 있지만, 득보다는 실이 크기에 가을 재배는 안 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계획은 수박들을 수확한 후에 밭을 정비하고 무와 배추 등 뿌리채소로 가을재배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얽히고설킨 수박 줄기들을 잘라냈는데 그 속에 숨은 작은 수박들이 존재를 알렸다. 막상 이렇게 달려있는 열매를 보고 잘라내기란 꽤나 단호한 마음이 필요하다. 해서 탁구공만 한, 야구공만 한 세 개의 작은 수박들을 위해 시간을 좀 더 두고 지켜보기로 했는데.. 며칠 뒤에 두 개의 수박이 또 없어졌다. (이런 삐리리리리리리리... 욕 나옴) 도둑질은 계속되었다.


경고문과 경고방송도 소용없이 열매들은 계속 사라졌다. 이웃들의 불만과 증언도 이어졌고 반복되는 신고에 관리사무실 직원분은 정말 cctv를 달아야겠다며.. 고민을 받아주는 듯했지만, 여전히 달라진 건 없다.



처음엔 애들 장난인가 싶었는데, 반복되니 좀 짜증이 났다.

'죽 쑤어 개 준다'는 속담이 있다. 오늘날에는 반려동물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난 정말 옛말 그대로 정성껏 죽을 쑤어 개를 준 듯 허탈하고 허무하다.


지인의 밭도 서리의 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여기저기 난리다. 실제로 서리 때문에 텃밭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텅텅 비어버린 그물이 내 속인냥 허전했다.

내 소유의 밭이었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라도 열매들을 지켰을 테지만, 한 해를 빌려 쓰는 밭에는 한계가 있다. 서리꾼은 나의 의욕까지도 훔쳐갔다.





텃밭을 하며 좋았던 것은 심어서 키워진다는 것이었다. '식물잼뱅이'라는 표현처럼 여러 방법들로 실패를 거듭했던 나에게 열매를 보는 결과는 맛난 것이었다.

이웃분들과 정보도 나누고, 미약한 실력이 칭찬을 담뿍 먹고 자신감도 자랐다.

그리고 참참! 씩씩하게 자라던 참외줄기에도 열매가 달려 기어코 참외 맛까지 보았다! 처음 본 초록 참외가 신기했는데 점점 노란빛이 들며 커갈수록 또 누군가 훔쳐갈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큼지막한 세 알의 참외를 얻었는데 아삭하고 맛도 좋았다.


참외 성장순서.png






초록이 자라는 텃밭은 재미있었다. 참 일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만큼 열매가 달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작물이 스스로 잘 크는 듯 하지만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헌데 또 거저 얻어가는 사람도 있더라.. 요지경 세상이다.



쉬어 가는 거라 생각한다.

내 밭이 생기면,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련다.

정말 사과나무를 심고 싶다. 좁고 낮은 한 해 살이 텃밭이라 심지 못했던 과실나무를 심고 싶다. 체리와 블루베리 그리고 애플수박도 다시 심을 것 같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들을 안된다 말하지 않고 이것저것 다 심어보고 싶다. 주렁주렁 다시 또 그 맛을 보고 싶다.


종합사진.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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