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 엄청난 아이야

뜨개 육아

by 하루


해마다 바삐 돌아오는 무슨무슨 날이면 '이번엔 무슨 선물을 줘야 하나' 아직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의 고민은 머리를 무겁게 한다.


그 어느 날보다 어린이날에는 특히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기로 했다.

평소 필요했던 학용품을 선물로 대신할까, 성장하는 신체에 맞춰 새 옷이나 새 신발로 대신할까.. 효용성을 생각하며 고른 선물은 아이를 기쁘게 하지 못했다. 포장만 뜯긴 채 이리저리 굴러다닐 뿐.

기쁨이 없는 솔직한 아이의 표정을 본 이후로는 어린이날만큼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기로 했다.



두 아이는 가족들로부터 장난감 자동차와 용돈, 인형도 받고, 새 옷도 받고, 미니 피아노도 받고, 진짜 탈 수 있는 자동차도 받고, 즐겨보는 만화 속 캐릭터 장난감도 받았다. 많은 선물을 받고 아들은

"이게 민이한테 제일 중요한 차야.

외할머니 최고— 믹서트럭 사줘서 외할머니 최고야!"

갖고 싶던 믹서트럭 장난감을 선물한 외할머니가 최고였다. 그러고는 미니 피아노의 멜로디를 틀어놓고 흥겹게 춤을 췄다.





어린이날의 꼬리 물기처럼 이어지는 어버이날에는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들이 해마다 꼼지락거린 작품을 가져왔다. 반 이상은 선생님이 도와주시고, 사진과 그림, 색칠 등의 꾸밈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어버이가 된 느낌이었다. 종이로 만든 병에 담긴 카네이션이었는데 종이병에는 아이의 글씨로 '엄마 아빠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좋아하는 표범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아직 한글을 알지 못해 선생님이 적어주신 글씨를 따라 그리듯 썼지만 글이 담기니 한층 마음이 전해져 '나도 부모가 되어 이런 걸 받아보는구나..' 싶었다.





아이가 커가며 많은 러브레터를 받았다.

코딱지만 한(?) 조그만 쪽지에 암호처럼 적힌 글은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표현으로 그 작은 종이에 담은 것이리라. 그런 의미이기에 일명 '아름다운 쓰레기'라고 불리는 아이의 창작물들이 쌓여 여기저기 넘쳐나도 쉽사리 버려지지가 않았다.

수많은 다양한 모습으로, 그림과 스티커,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뭔가를 그냥 주기도 했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옆에서 엄마의 책상 곳곳에 스티커를 붙여주는 아이는, 그렇게 모든 것으로 사랑을 말한다.


러브레터 사진.png 아이의 러브레터와 선물들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 시험을 보는 것처럼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은 긴장된다. 내가 모르는 아이의 시간 동안 아이는 잘 지내는지 궁금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교실로 들어섰다.


친구들과 어울려 장난도 치고,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상황도 있지만, 블라블라블라... 초반에 좋았던 집중이 흐트러졌다. 선생님 말씀 중 '아이가 밝고 사랑받고 있는 게 보인다'는 말이..... 너무 듣기 좋아 다른 이야기는 다른 한 귀로 흘러나갔다.


늘 마음만큼 해주지 못하는 부족함에 내가 더 아쉽지만 사랑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주고 싶었다.

썽을 내고 소리치며 후회를 반복해도 아이에게 나의 부족함을 솔직히 얘기하고 엄마가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다.. 언제 어디서나 그건 꼭 기억해 주길 바랐다.

아이에게 사랑받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는 건.. 참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감사한 일이었다.



하교 후 집으로 걸어오는 길

아이가 나를 끌어당기더니 비밀스런 목소리로

"엄마, 사실 나 엄청난 아이야—

왜냐면— 엄마 아빠가 그렇게 키웠으니까— "



네 덕에 정말 행복해 고마워.








이전 10화칭찬받고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