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 육아
우리 가족은 고통의 주말을 지나고 있었다. 아들은 교외로 놀러 갔다가 체기와 몸살, 오한을 달고 들어왔고 목이 많이 부어 며칠 동안 발열과 몸살에 시달렸다.
아들이 나아질 즈음 나에게 증상이 넘어왔고, 나는 몸살이 심해 온몸을 쿡쿡 찌르는 듯했다. 다음날 신랑이 아프기 시작했고, 이어서 딸아이까지 동참했다. 코로나였나..
아이들이 아플 때 나까지 아프면 내 몸은 뒷전이 되어 우선 빠르게 약부터 먹고 아이들 먼저 챙기게 된다. 정신없는 하루를 지나고 보면 나의 아픔은 나아지는 것인지, 잊혀지는 것인지.. 그래도 '아이들에겐 엄마 역할을 했다'는 것으로 약 기운이 떨어져 힘든 몸을 위안한다.
이렇게 며칠을 시달리고 있을 때 아들이 자기 전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나도 읽어주고 싶으나 목이 아프니 좀 나아지면 읽어주겠다고 했다. 정말 침을 삼킬 때도 눈이 질끈 감길 정도로 목이 아팠다.
다음날 저녁 또다시 아들이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엄마가 괜찮아 보이나 보다.. 공감능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 보면 참 눈치 없어..ㅡㅡ 또 마다하기에는 자꾸 거절감이 들 것 같아서 읽어주겠다고 했다.
목이 아프고 소리도 잠겨서 연신 목을 가다듬으며 갈라지지 않을 소리의 경계를 타며 읽어 나갔다. 읽던 중 딸아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내 옆으로 와 앉길래 졸리니까 엄마랑 붙어있고 싶어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두 손을 모아 따듯하게 입김을 하아아— 불더니 그 손으로 내 목을 감싸주었다.
어머나.. 너무 이뻐서 '하하하' 웃음이 났다. 이렇게 이쁜 짓을 한다.
"아이구— 엄마 괜찮아. 고마워어—" (토닥토닥)
사르르 녹는다는 게 이런 감정이리라.
정말 아프긴 했지만, 아픔으로 인한 나를 향한 연민이 아이의 입김으로 사라졌다. '아파도 뭐, 소리가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프든 갈라지든 목소리가 나오면 읽을 수는 있지' 싶은 당찬 마음이 생겼다. 고단했던 몸과 마음이 아이의 손길 한 번에 다 씻겨지는 듯했고, 그 덕에 힘을 내어 한참을 더 읽었다.
참으로 아이에겐 이런 큰 힘이 있다.
유치원 참여수업이 있던 날, 아이와 양육자가 함께 작품을 만들고, 마치는 시간에는 몇 주 전부터 아이들이 연습하며 준비한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이 앞에 모여 앉아서 부모님을 향해 노래를 부르는데 나는 눈물이 넘칠듯해 아이를 바라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가사의 의미도 아니었고, 순수히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나의 음으로 어우러짐에 마음이 울렸다.
딸아이가 나를 보고 노래하는데 이렇게 우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인적이 없어서 아이가 놀랄까 싶기도 하고, 나만 호르몬이 이상해져서 이렇게 눈물이 나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끝나고 보니 다른 부모들도 그렇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모여 음률이 되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울림이 있어서 이게 무슨 감정인지도 모르고 그냥 눈물이 차올랐다. 마치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에 느꼈던 여러 감정과 감동들이 하나의 오로라빔처럼 내게 들어오는 듯했다.
그날 아이를 꼭 안아주며 고맙다고 얘기했다.
엄마가 너무 감동받아서 눈물이 났다고.
고마워 이쁜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