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외동인 나는 형제가 없어 외로웠다. 부모님께 받는 사랑은 부족함이 없었지만 받는 만큼 드리고 싶어 어버이날이나 부모님 생신, 결혼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을 준비할 때면 선물은 뭘 해 드릴지, 식사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의논할 형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부모님의 나이가 쌓여 갈수록 나 혼자라는 부담도 커져갔다.
딸 같은 며느리도 없고, 아들 같은 사위도 없다지만 손재주 좋고 심성 고운 사위는 다른 집 열 아들이 부럽지 않게 해 주었다.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은 25년 된 아파트로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다. 한 번씩 갈 때마다 부엌 수전이 고장 나 싱크대 아래로 물이 줄줄 세고, 세면대가 고장 나 또 줄줄 세고, 냉장고를 열어도 전등이 안 켜져 깜깜하고, 화장실 전등도 깜빡깜빡, 안방 전등은 아빠가 고치신다고 뗐다가 못 고친 채로 덜렁덜렁 달려 있었다.
내가 어릴 적엔 아빠가 잘 고치셨던 것 같은데, 이제는 관리실에 얘기하라며 무관심이시다. 관리실에 보수 요청을 했지만, 부품은 엄마가 직접 철물점에서 구해 오셔야 했고, 그 부품으로 고쳐주시는 수고비도 지불해야 했다. 그 얘기를 들은 내편이 친정에 들러 여기저기 살펴보고 "부품만 있으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고는 인터넷으로 부품을 저렴하게 구입해 친정에 갈 때면 하나씩 고쳐 주었다. 오래되고 고장 난 집이 심란했는데, 사위가 알아서 뚝딱뚝딱 깔끔하게 고쳐 주니 엄마는 너무 만족스러워하셨다.
학창 시절부터 친구였던 내편은 부모님이 보시기엔 탐탁지 않으셨을 것이다. 어린 학생으로 보던 아이를 신랑감이라고 데려왔으니 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냥 생각 자체가 없으셨다.
하지만 내편은 든든하고 살갑게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고치는 것 말고도 드라마 속 사위처럼 밥 양이 적은 나 대신 밥도 두 그릇씩 먹고, 매번 부엌에서 밀려나긴 하지만 설거지를 하겠다고 엄마 몰래 고무장갑을 낀다.
친구분들과 모임 때면 다들 옛날 얘기, 아니면 자식들 얘기로 낙을 삼으시는데 요즘엔 그렇게 사위 자랑을 하시나 보다.
"그 친구네 사위도 그렇게 딸한테 잘한대—"
"아, 그래서 엄마도 사위 자랑했어?"
"어 ㅎㅎㅎㅎ 우리 사위도 우리 딸밖에 모른다고 ㅎㅎ
우리 딸한테 잘하니까 이쁜 거지—"
결국은 그렇다. 아무리 고장 난 집안 살림을 잘 고쳐도 내 딸 힘들게 하면 그 뒤통수도 꼴 보기 싫을 것이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도 밉다고 한다'는 속담처럼.
엄마 눈에는 보이시나 보다. "계속 니 눈치만 보던데"
뭘 먹을 때나 아이들과 놀아주면서도 내편은 항상 나의 기분과 상태를 힐끗힐끗 살핀다. (정말 눈치를 보는 건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보시기에는 딸내미를 신경 쓰는 그 모습이 보기 좋으셨나 보다.
부모님을 호강시켜 드리지는 못하지만 잘 사는 모습으로 효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인정해 주신다. 결혼 잘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