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이제 알겠지?

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by 하루


내편은 튼튼.. 했다. 통뼈에 충치도 없어 치과 치료를 받아 본 적도 없고, 겨울에도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고 다녀 겉멋이 들었나 했는데, 열이 많아서 답답하다고 했다. 칼바람이 불어도 목도리를 안 하고 '시원하고 좋다'며 휑하게 목을 내놓고 다녀 보는 내가 더 추웠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나는 배탈이 나고 내편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오돌뼈도 오독오독 씹어 먹었다. 소화 안 되는 게 뭔지, 입맛 없는 게 뭔지 모르겠다며 나의 불편함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나는 출산 후부터 온몸과 관절 마디마디의 통증이 시작되었기에 삐걱거리며 산 지가 오래인데, 내편은 마흔이 넘어가며 몸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코로나에 걸려서 아파도 "난 왜 입맛이 좋지? 잘 먹어야지!" 하며 먹부림 하던 사람이 작년부터는 감기에 걸리고도 춥다며 극세사 잠옷을 여며 입고 수면양말을 신었다. 겨울이긴 했지만, 본래 겨울에도 반바지에 에어리즘만 입는 사람이었다.


"몸이 왜 이러지? 속이.. 뭔가 부은 거 같은데? 이게 소화가 안 되는 건가?"

"여보, 나 피부가 아파. 아.. 당신이 얘기한 게 이런 거구나.."


"알겠지! 알겠지! 그게 몸살이야— 온몸이 아픈 거! 이제 알겠지!!"


"근데.. 왜 고소해하는 거 같지??"



사실 좀 고소한 마음으로 웃음이 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못된 심보인가 싶었지만, 그동안 아무리 얘기해도 내편은 이해하지 못하던 나 혼자만의 통증과 불편함을 내편도 느끼게 되니 '이제는 알겠지! 내가 얘기했던 게 그런 거야!' 답답함이 뚫리는 통쾌한 마음이었다.



소화가 안 되고, 몸살이 나고,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이제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해졌나' 나이 듦을 체감하는 헛헛함이 있을 법한데, '내가 아픈 게 그렇게 꼬숩냐?' 하며 나를 얄미워할 법도 한데,

"피부가 아프니까 부드러운 옷을 입어야겠네."

"그래서 그냥 건드려도 아프다고 했구나."

자신의 약해짐을 느끼며 무려 나의 아픔을 헤아려주는 마음이 착한 사람이다.



이제는 같이 감기에 걸리면 너, 나 할 거 없이 '아이고 아이고' 움직일 때마다 효과음이 난다. 어려서 만난 우리가 이만큼 나이 들어 삭신의 쑤심을 깊이 알게 된 세월이 웃겨서 '아이고 영감', '아이고 할멈' 하면서 한번 더 웃었더랬다. "우리 더 나이 들어서도 이러겠지?"



함께 한 시간이 고맙고, 앞으로의 시간도 함께하며

나이 들고, 아프고, 아이들과의 시간이 줄어도

우리 서로 잡아주고 등 긁어주며 맛난 거 있음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그렇게 함께 나이 드는 미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따뜻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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