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덕분에

팔불출 아내의 내편 자랑

by 하루


냠냠 "오— 역시 크림이랑 빠네랑 잘 어울려."


"이제 나보다 당신이 이걸 더 좋아하는 거 같아. 그치?"


"응, 나 좀 맛있어— 당신이랑 먹으면서 좋아하게 됐지."


"나랑 먹기 전에는 파스타 먹어 본 적이 없어?"


"그치. 남자들끼리 파스타 집 가서 먹을 일이 뭐가 있어."


크크 "그렇긴 하다. 당신 친구들이랑 그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좀 그렇긴 하네." 큭




요즘 보면, 젊은 사람들은 남자들끼리라도 맛집을 찾아 즐기던데, 그 시절의 성인 남자들은 그럴 이유가 없었다.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깔끔한 식탁보가 깔린 테이블에 마주 앉아 포크로 돌돌 말아 호로록 먹는 파스타 같은 음식은 이성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내편도 그렇게 나와 데이트를 하며 먹기 시작한 파스타를 점점 좋아하게 되었고, 이제는 꾸덕한 까르보나라와 빠네의 조합을 사랑한다.

연애를 하면 으레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데, 식성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르다면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한 번쯤은 도전하게 된다. 새로운 음식이 입에 잘 맞으면 다행이지만, 전혀 불호이더라도 억지로 맛있는 척을 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함에도 '당신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즐기게 됐다'는 예쁜 말이 나는 고마웠다.





데이트를 할 때 종종 소화가 안 되는 날에는 죽을 먹었다. 내편은 죽 역시 나와 함께 처음 먹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껏 소화가 안 되는 게 뭔지 모를 정도로 소화력이 좋은 사람이니 죽을 먹을 일이 없던 것이다. 요즘 죽 집은 매콤한 낙지죽도 있고, 양도 푸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죽'인데 그 사람은 특식인 양 나와 먹는 죽을 맛있어했다.


"오, 죽도 맛있네— 양도 많고—"


식성 좋은 사람인데 나 때문에 죽을 먹게 해서 미안했지만 좋은 심성으로 죽까지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당신 덕분에 맛있는 빠네도 먹어보고, 죽도 잘 먹게 됐고, 이제 야채도 잘 먹지—"


실제로 그게 얼마나 나의 덕일까? 그래도 '당신 덕분에'라는 그 예쁜 말이 나를 한번 더 웃게 한다. 있지도 않은 마음을 간지럽게 꾸미는 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이왕이면 조금 더 예쁜 말이 한 번의 웃음으로 하루의 기쁨으로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거 아닐까.



당신의 '당신 덕분에'라는 그 말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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