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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그루 Nov 15. 2023

진짜 자신감

생산자로서, 판매자로서 진짜 당당하게 물건을 팔 수 있으려면 당연하지만 상품이 좋아야한다.


우리집은 특히나 타협이 없다. 고지식하다. 아주아주 고집스러워서 고생을 사서 한다. 처음에는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누구입에 들어갈지 모르는데'라는 마음으로 고집을 피웠다. 그렇게 10년을 채웠더니 절임배추도, 고춧가루도 '알아주신다'. 2018년부터 시작한 참기름과 들기름도 그렇게 고집을 채워보려고 한다.




한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 둘이 팔던걸 내가 들어와서 그저 조금 더 파는 것이지, 많이 파는게 아니잖아. 그러면 내가 밥만 축내는 식충이와 다를게 없잖아?


사실 밥값을 못 한다는 생각은 아직도 든다. 그래서 작년에 큰 돈을 주고 마케팅 수업을 신청해서 들었다. 거기에 심취해서 나 역시 한창 브랜딩이네 마케팅이네 떠들고 다녔더니, 지인이 말한다. 야, 결국 잘 파는게 브랜딩이야.


애초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가 아닌 게임이었다. 장사로 시작해서 사업으로 키워야지가 아니라, 사업도 결국 장사이다. 마케팅이 먼저냐, 상품이 먼저냐가 아니라 상품의 본질이 90이고 마케팅이 10이다(이게 반대가 되면 나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보내는 절임배추가 훌륭해야 하루가 훌륭하고, 하루하루가 쌓여 진도농부의 (그놈의) 브랜딩이 탄탄해진다. 그러니 다시 돌아 판매자로서도 배추공부부터 해야하는 것이다. 배추가 좋아야 절임배추도 좋거든.


쉽게 돈 버는 길은 없다는 큰 깨달음 뒤로 몸이던 머리던 부지런히 굴리자는 생각이다. 오늘 아침도 역시나 춥지만 부지런히,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분들처럼 열심히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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