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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이 세상에 안 귀한 사람이 없다

내가 아침마다 커피 10잔을 타는 이유

by 곽그루

나름 모태신앙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불교의 세계관을 더 선호(?)하는 나로서는 전생과 인연을 믿는다.


옷긴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일리가 있다. 수 억년의 시간 중 하필 지금 이 순간, 하필 수백 개의 나라 중에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바로 여기서 마주칠 확률은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겠어.


그런 이유로 이번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만나는 '삼촌들'은 내게 인연이다.

황정민을 빼닮은 시공사 사장님부터, 왠지 마을 삼촌 느낌이 나는 소장님, 매일 매일 달라지는 작업에 따라 또 매일 매일 달라지는 작업자님들(전기 삼촌, 자재 삼촌, 공구리(?) 삼촌 등). 짧은 시간 동안 수 십명의 삼촌들을 만난 것 같다.




비록 돈을 내는 입장이기에 계약서 상에서 나는 '갑'이지만, 이 분들이 잘 해주셔야 우리 공장이 튼튼하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에 속으로는 '을'이라고 생각한다.


공사를 시작하는 첫날 아침에 믹스커피를 몇 잔 타다가 드렸는데, 다들 살짝 놀란 듯 했다. 와, 이거 얼마만이야. 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꽤 행복해보이셨다. 황정민 사장님은 그때도 그랬고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 버릇되니까 이제 그만 해유~.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아침마다 삼촌들의 숫자를 세며 하나, 둘, 셋, 넷 하면 옆에서 오늘은 몇 명이예요, 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신다. 낄낄.


황정민 사장님도 나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더 열어주시는 것 같다. 점점 소소한 장난을 걸어주시는데 그게 꽤나 재밌어서 나 혼자 웃는다. 오늘은 바닥 공구리를 쳐야 하는데, 상추를 심은 작은 텃밭이 하필 그 구간에 들어가있었다. 곽대표님~ 이제 그만 상추랑 안녕하세요~ 하시는데 진짜 하루종일 그 말투가 생각나서 엄마한테 일렀다. 세상에, 상추한테 안녕하라고 하셨어!




우리 사무실과 공장 사이에 복도가 있는데, 그 복도에 고양이 '삐뚝이'가 새끼를 낳아두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삐뚝이라서, 못 보던 건장한 아저씨들이 막 돌아다니는데도 경계를 하지 않는다. 심지어 삼촌들이 귀엽다고 새끼고양이들을 가까이서 봐도 그저 빼액-하며 애교를 부릴 뿐이다.


오늘 처음 오신 공구리 삼촌은 유독 무뚝뚝해보이셨는데, 점점 고양이들에게 다가오더니 장난을 치신다. 금옥이의 두 아이 '옥수'와 '옥주'는 이제 막 두 달이 됐을까 말까하는 어린 고양이들인데, 우리 가족들에게도 아직 마음을 완전히 열지 않았다. 그런데 공구리 삼촌이 길쭉한 풀을 꺾어다가 장난을 쳐주니까 이 놈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재롱을 떤다. 왠지 괘씸하다.




수 많은 건설현장을 보았을 전기삼촌도 황정민 사장님의 일처리 능력에 혀를 내두르는 것을 보고 확신이 굳어졌다. 나는 정말 좋은 분을 만났구나. 우리 공장이 얼마나 잘 되려고, 우리 일이 얼마나 더 잘 풀리려고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게 된 것인가.


엄마, 나는 황정민 사장님이 진짜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 그래서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집도 짓고 교육장도 지어야 할 때, 또 사장님이 다 지어주셨으면 좋겠어. 라고 했더니 엄마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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