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대파김치 찍다가 이만기 선생님을 만났다

by 곽그루

절임배추만 하더라도 누구는 짜다, 누구는 싱겁다, 누구는 너무 절여졌다, 누구는 너무 덜 절여졌다 다 다르다. 하물며 김치는 어떨까. 맵고, 짜고, 달고, 싱겁고, 식감도 그렇고 평가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엄마는 김치를 보내기 전에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라 했다. 마치 채점을 기다리는 꼬마학생처럼.


그래도 우리만의 김치를 만들겠다는 고집같은 열정이 있었다. 초딩입맛의 아빠는 첫입에 확 끌어당기는 자극적인 맛을 원했다. 달고 짜고 매워야 사람들은 맛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엄마의 생각은 달랐다. 첫입만 맛있는 김치는 오래 먹지 못 해. 느끼하단 말이야.


그래서 엄마의 김치에는 설탕도, 인공조미료도 없다. 대신 100% 국산재료와 손맛만 담았다. 원재료값도 비싸고 인건비도 비싼 엄마의 김치는 사업성이 있을까?


좀 대충 했으면 좋겠는데 엄마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우리만의 김치를 만들어야 해. 진도를 듬뿍 담은 김치여야 해. 진도는 겨울대파의 주산단지다. 비록 이번 겨울에는 똥값이라 농민들이 대파밭을 갈아엎어야 했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진도대파가 많이 소비되어야 한다는 것이 엄마의 생각이었다.


우리가 뭐라고 우리 덕분에(?) 진도대파가 처음부터 확- 소비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진도대파를 최대한 많이 써야 해. 그렇게 엄마의 대파연구는 매일 밤마다 거르지 않고 채워졌다. 어느 날은 대파청을, 어느 날은 대파액젓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KBS [동네한바퀴] 작가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우리 집을 촬영하고 싶다는 것이다. 방송이야 질리도록 많이 나갔던 우리였는데(인간극장, 여섯시내고향, 아침마당, 한국기행 기타 등등등등등), 최근 몇 년 동안은 조심스럽게 모든 방송제안을 거절하고 있었다. 공장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방송촬영을 한 번 할 때마다 식구들 기가 쪽쪽 빨려서 당분간은 쉬자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빠가 '이만기' 아저씨 이름을 듣자마자 오케이를 해버리셨다. 알고보니 우리 아빠는 동네한바퀴의 열렬한 애청자였던 것이다(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주변의 대한민국의 많은 성인 남성들이 이만기님 팬이었다). 작가님과 여러 번 만나고, 이만기 선생님과의 촬영 이후로도 후촬영을 진행하면서 몇 날 며칠 방송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고생한 건 단연코 우리 엄마였다. 그냥 우리 사는 모습이 나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진도대파를 가지고 어떤 연구들을 하는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과정으로 김치들을 만드는 지 짧은시간 동안 고스란히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진심이 100% 담기지는 못 하겠지만 부디 많은 분들이 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잘 돼야 진도가 잘 된다고 믿는다.


+ 방영일자 : 2026년 5월 9일 오후 7시 10분부터 ~



이만기.jpg



일요일 연재
이전 12화11. 드디어 영업신고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