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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 Jan 23. 2019

키토제닉? 몸의 변화가 필요할 때

두 펭귄의 ‘지방을 태우는 몸’ 실험


30대 중반, 건강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


원래도 마른 몸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정상 체중이었는데, 20대에 워킹홀리데이로 캐나다에 가서 1년을 살면서 착실히 20kg가 쪘고, 그 이후 빠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다. 사는데 그다지 큰 지장은 없어서 아무렴 어때, 하고 살았는데 30대 중반이 되니 점점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무거운 몸 때문에 여기저기 삐걱대는 거야 그러려니 했으나, 매년 건강 검진을 하면서 매우 눈에 거슬리는 수치 3개가 생겼다.  


허리둘레 (정상범위 80 이하)

81 → 86.6 → 91.3

LDL 콜레스테롤 (정상범위 50-129.9)

155.8 → 203.8 → 166.6

갑상선 자극 호르몬 (TSH, 정상범위 0.3-5.5)

6.37 → 8.35 → 9.34


허리둘레나 LDL 콜레스테롤이야 과체중 상태를 아주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데, 갑상선 자극 호르몬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곧 차트 밖으로 나갈 것처럼 올라가고 있는데,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더 난감하다. 2017년에는 LDL 콜레스테롤이 너무 높아서 겸사겸사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내과에 가서 더 상세하게 혈액 검사를 해보았는데, 정작 갑상선 호르몬의 수치는 정상 범위 안에 있었다. 왜 갑상선 자극 호르몬만 저렇게 널뛰듯 높은지 이해 불가. (내 동거인인 황제펭귄은 키가 호리호리하고 젊었을 땐 엄청 말랐었다는데, 한 해 한해 지날수록 배가 자꾸 나온다.)  


내 몸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몸인데 나도 모르겠다. 운동을 꾸준히 해도 체중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고, 안 좋다는 수치는 점점 올라간다. 새해가 시작되고 나서도 몸무게는 착실히 늘어만 갔다. 앞자리가 다시 바뀔 판이다. 아,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랐는데. 이러다 강력한 가족력인 당뇨가 곧 찾아올 것 같다. 뭔가 놀라운 변화가 필요하다!



저탄고지 (LCHF)?

키토제닉 다이어트 (Ketogenic Diet)!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친구 D와 건강에 대한 관심사가 비슷해서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그녀가 작년에 계속 추천했던 식이요법이 바로 키토제닉 다이어트였다. 작년 하반기에 방탄 커피로 유명한 데이브 아스프리의 「최강의 식사」를 읽고 2주간 식이요법에 도전해 보기도 했지만, 음식에 대한 갈망이 조금 줄어든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어 2주 후 다시 원래 식단으로 돌아갔다(그리고 기분 상으로는 몇 키로 더 붙은 듯).



D는 2주 프로그램 만으로는 몸에 변화를 일으키기 부족하며, 사람에 따라서 탄수화물을 큰 폭으로 줄여야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저녁에 약간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식단이 오히려 도움이 안 되었을 거라고 말했다(책에서 소개한 2주 다이어트에서 탄수화물은 먹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저녁에 약간의 탄수화물을 허용함). 키토제닉 다이어트로 몸을 케토시스 상태로 만들고 난 이후에 유지하기 위한 식단으로는 괜찮지만, 일단 시동을 걸기에는 탄수화물의 양이 너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녀는 키토제닉 다이어트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 책이라며 「지방을 태우는 몸」을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바로 책을 구매해서 틈틈이 읽다 보니, 뭔가 제대로 도전해볼 만한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다.


사람마다 케토시스 상태가 될 수 있는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의 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쉽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결국 쉬운 길도, 지름 길도 없다. 내가 직접 내 몸을 면밀히 살피면서 알맞은 양을 찾아가야 하는 거다. 평소에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한 우리는 저자가 처음에 시도했던 지방 80%, 단백질 15%, 탄수화물 5% 식단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대충 식단 짜기에 들어갔는데, 칼로리의 80%를 지방으로 섭취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왜냐면 모든 음식에는 (순수하게 지방 덩어리인 기름이나 버터를 제외하고는) 당연히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함께 들어가 있으니까. 저자처럼 음식 한 입 먹을 때마다 버터를 한 입씩 베어 먹지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지방으로 80%를 먹을 수 있단 말인가. 하아... 어쨌거나 지방이 많은 음식을 찾아보면서 일단 목표를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잡았다.


총 2,105kcal  섭취 칼로리 중

탄수화물 20g = 82kcal (5%)

단백질 60g = 339kcal (15%)

지방 178.2g = 1684kcal (80%)

*탄수화물 4.10kcal, 지방 9.45kcal, 단백질 5.65kcal 기준


지난번에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방법이 없어서 실패한 것 같기도 하고, 책에서도 키토제닉 다이어트 유튜버들도 모두 케톤 측정이 중요하다고 해서 케톤 측정기를 살까 잠시 고민했다. 아, 근데 아침부터 피를 보는 게 아직 꺼려져서 일단 초반에만 할 수 있는 소변 검사지를 구매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때만 소변에 케톤이 나와서 시험지 색이 변하고, 케톤이 몸에서 잘 쓰이기 시작하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작심삼일 하지 않게 드라마틱한 변화로 마음을 굳게 다져보자며 폭풍 검색. 영동제약 유린스틱시험지를 많이 쓰는 것 같아 케톤 측정이 가능한 7종 시험지로 구매했다. 이걸로 대충 준비 끝.




생애 최고점에서 시작


일단 되는대로 시작해보고, 하면서 더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조금 무식하게 시작해본다. 식단도 너무 단순해서 맨날 똑같은 걸 먹는 식이다. 적응이 되면서 레시피도 늘어나겠지. 일단 100일 정도 유지해보기로 하고 식단 유지기를 1월 21일부터 4월 30일까지로 잡았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인 18일에 운동을 하러 갔다가 오랜만에 인바디를 측정했다. 한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고, 다이어트 시작한다고 또 그전에 열심히 먹었기 때문에 당연히 체중이 더 불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생애 최고점에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하.


아델리펭귄 (본인)

체중 : 80.9kg

근육량 : 26kg

체지방량 : 33.6kg (체지방률 41.5%)

복부지방률 : 0.93

내장지방 레벨 : 16


황제펭귄 (동거인)

체중 : 70.4kg

근육량 : 24.4kg

체지방량 : 25.6kg (체지방률 36.4%)

복부지방률 : 0.94

내장지방 레벨 : 12


비만 펭귄 두 마리의 생체실험 ─ 제대로 하려고 정직하게 다 적고 나니 웃음이 나온다. 나, 몸의 41.5%가 지방이야? 케톤이 나오기 시작하면 한 한 달 정도 단식해도 무리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니까 마음 단단히 먹고 잘해봐야지. 건강의 터닝포인트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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