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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 Feb 04. 2019

키토제닉 다이어트 1주 차

 두 펭귄의 ‘지방을 태우는 몸’ 실험 (1/21 ~ 1/27)


키토제닉 다이어트

1주 차 실험보고서



상태 보고서


체중변화

일주일 간 체중을 측정하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몸의 상태로 봤을 때 아직 큰 변화는 없다. 아침마다 복부둘레만 측정하고 있는데 대략 2-3cm 정도 줄어든 것 같이 보이지만, 아침에 비몽사몽으로 방탄 커피를 만들며 잰 거라 오차범위도 2-3cm는 되는 것 같아 신뢰가 가지 않는 상태다.


기분변화

평소와 그리 다른 점은 모르겠다. 식단을 바꾼다고 갑자기 아침에 발딱발딱 일어나지는 것도 아니고. 겨울이라고 7시 반에서야 겨우 침대를 벗어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기 너무 힘들다... 아델리펭귄의 경우 목요일엔 말로만 듣던 키토 플루가 왔는지 두통이 심했는데, 다행히 금요일 오후부터 차차 나아졌다.


신체변화

큰 변화를 느낀 부분은 배변활동과 갈증이었다. 물을 많이 마셔서 소변은 봐도, 대변은 월요일에 식단 시작하고 한 목요일쯤에야 한번 찾아왔다. 하지만 딱히 몸이 무겁다거나 배변활동을 못해서 고통스럽다는 느낌은 없어 변비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상태. 갈증의 경우 아침에 방탄 커피를 마시고 난 뒤에 특히 심했고, 그 후에도 하루 종일 목이 자꾸 타서 물을 엄청 마셨다. 목 안쪽이 마르는 느낌이라 마시고 나서도 크게 개선되는 것 같진 않았지만 어쨌거나 물을 자주 마시라고 하길래 목이 마를 때마다 수분 보충을 틈틈이 해줬다.


운동

일주일에 수영 1-2일, 필라테스 1-2일로 총 3-4일 정도 운동하려고 계획을 잡았고, 이번 주에는 필라테스 2일, 수영 1일을 했다. 오랜만에 운동 다시 시작했더니 죽을 맛...


측정 결과

처음에는 더 이상 검사가 가능하지 않을 때까지는 (즉, 케톤이 몸에서 잘 쓰여서 더 이상 소변으로 나오지 않을 때까지는) 소변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지방을 태우는 몸」에서 저자가 소변검사지의 색이 드라마틱하게 변한다고 하길래 뭔가 동기 부여가 될까 해서, 매일 아침 소변 검사를 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너무 적나라한가 싶지만, 아침마다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남긴 보람을 찾고자 정리해서 올려본다.




식단 보고서


그동안 깊이 사랑에 빠져있던 탄수화물과 하루아침에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은 힘든 게 아니었다. 안 먹던 지방을 갑자기 많이 먹어야 하는 것도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다. 음식을 조절해서 먹는 것 보다도 조절한 대로 먹을 걸 만드는 게 더 빡셌다. 일주일 동안 식단을 지키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바로 매일매일 요리를 해야 했던 것.


오늘은 귀찮으니까 밖에 나가서 사 먹고 들어오지 뭐.

오늘은 피곤하니까 시켜 먹지 뭐.

오늘은 피자가 먹고 싶으니까 시켜먹을까?

 

이런 거 다 안되고,  아침 빼고 하루 2끼를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 게 얼마나 귀찮던지. 둘 다 신나게 칼퇴하고 돌아와서는, 보람도 없이 하루 1시간 이상 요리나 설거지에 매여 있었다. 요리만 하고 나면 온 주방에 기름기는 또 얼마나 좔좔 넘치는지, 닦아도 닦아도 찝찝한 이 기분.


레시피도 아는 게 없어서 지방 80%, 탄수화물 5%, 단백질 15% 비율을 맞춰서 먹는 것에만 목표를 두다 보니, 농담이 아니라 일주일 간 우리의 식단은 매일 이랬다.


아침

방탄 커피 (룽고 + MCT 오일 1 Tsp + 기 버터 1 Tsp)

점심 

삼겹살 150-200g (오일을 두르고 버터를 넣어 구움)

남은 기름에 볶은 미니 새송이 버섯과 배추김치

+ 목요일쯤 돼서는 상추와 깻잎도 몇 장 추가

저녁

오믈렛 (버터를 두르고 브로콜리를 볶다가 계란 3개 투하)

+ 목요일부터는 두부김치 (들기름에 두부 200-250g을 부치고 배추김치를 볶음)


처음에 귀찮아서 일주일 내내 똑같은 걸 먹을 심산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식단을 짰는데, 화요일을 넘기면서 모든 게 지겨워졌다. 원래 똑같은 음식 질리지 않고 잘 먹는 게 내 유일한 장점인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던 거다.


아침에 버터버터 오일오일한 방탄 커피를 마신 후, 점심때 기름이 굳어 있는 삼겹살을 데워서 기름과 함께 퍼먹었다. 사무실 한 구석 파티션 안에서 한낮에 기름에 푹 절여진 고기를 상추에 싸 먹는 기분이란...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정말이다.


「지방을 태우는 몸」에서는 식이섬유도 탄수화물로 고려를 하라고 해서 식단 초기에는 야채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기름에 절어갔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정보를 찾아보다 보니 푸른 야채는 마음껏 먹어도 괜찮다고 해서, 중반부터 조금씩 야채를 먹기 시작했다. 감자나 고구마 같은 게 아니라면 푸른 야채는 먹어도 괜찮은 것 같다(고 소변 검사 결과가 말해주었다).



추가 정보


처음에 정말 무식하게 비율을 일일이 계산하느라 머리가 아팠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Keto Calculator 라는 매크로가 이미 있었다! 여기에 다시 정보를 입력해서 얻은 결과대로 섭취량을 조금 조절했다. 칼로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섭취하는 탄수화물 단백질의 양과 전체적인 비율만 신경 쓰기로 했다.


총 1,682kcal  섭취 칼로리 중

탄수화물 20g = 80kcal (5%)

단백질 63g = 252kcal (15%)

지방 150g = 1350kcal (80%)



그리고 측정기기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다. 소변검사는 케톤이 잘 사용되기 시작하면 검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색이 진한 보라색으로 갔다가 다시 연해져 없어지고 나면 다른 기기를 이용해서 케톤 측정이 필요하다. 숨에서 나오는 아세톤을 이용해 측정할지, 아니면 혈중 케톤 농도를 이용해 측정할지. 여기저기 알아보니 혈중 케톤 농도를 측정하는 게 더 정확하다고들 하는데, 아직 아침마다 피를 볼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그러다 가입한 키토제닉 다이어트 카페에서 "케토스캔"이라는 새로운 장비를 공동 구매할 예정이라는 공지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숨으로 하는 거니까 피를 볼 필요도 없고, 검사지나 바늘 같은 소모품도 살 필요 없다. 마음으로 구매의 불을 딱 켜고 공동구매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친구가 와서 숨으로 하는 건 정확도가 높지 않다며 불을 확 꺼버렸다. 하아...



솔직히 내가 써보지 않아서 저 기계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모른다. 베타 테스트로 써본 사람들 체험기를 읽어보니 좋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래도 혈중 케톤 농도를 측정한 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는 말도 있다. 친구 말로는 센서가 중요한데, 엄마랑 하나씩 쓰려고 같은 기계를 2개 직구해서 써본 바로는 같은 사람이 불어도 측정할 때마다 수치가 달랐다고 한다. 결국 피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인가... 아, 모르겠다. 아직은 소변 검사 결과가 잘 나오고 있으니 결정은 다음 주의 나에게 미루기로 했다.



총평


- 일주일 간 지방 80%, 단백질 15%, 탄수화물 5%로 최대한 맞춰 먹으려고 노력했다.

- 월요일에 식단 시작하고 황제펭귄은 화요일, 아델리펭귄은 수요일부터 케톤이 나오기 시작했다.

- 버터버터 오일오일 하지만 아직까지는 먹을만하다. (그러나 레시피 개발은 시급함) 

- 식단 맞춰 먹는 것보다 짜서 요리하는   힘들다.

- 황제펭귄은 너무나도 순항하고 있는데, 아델리펭귄만 심한 두통으로 하루 앓아누웠다.

- 소변검사 이후에 뭘로 케톤을 측정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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