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로 걸어 다닐 자유

3월 첫째 주 비버 이야기

by 아델리


3월이 왔다. 한국이었다면 꽃샘추위가 왔다 갔다 할 때지만, 옐로나이프는 꿋꿋하게 계속 겨울이다. 그래도 분명 달라진 점은 있었다. 한낮에는 걸어서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이 많이 올라갔다. 길에는 여전히 눈이 가득하고 춥긴 했지만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눈과 추위였다.


일을 마치고 누구의 차를 얻어 탈 필요 없이, 띄엄띄엄 오는 버스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내가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두 발로 걸어서 집으로 갔다. 30분 정도 걸어서 집에 도착해 침대에 몸을 던지면, 전자랜지 해동 모드에 넣은 것처럼 몸이 녹아내렸다. 침대에 엎어진 나를 누가 만화로 그렸다면, 몸 위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상태를 표현했을 것이다. 봄에 아지랑이가 올라오듯이.


다운타운과 올드타운을 연결하는 프랭클린 에비뉴.


두 발로 걸어 다닐 자유. 그 전에는 자유라고 인식해 본 적 없던 그 자유를 3월이 가져다주었다. 내 맘대로 어디든 걸어 다닐 수 있어 어찌나 좋던지. 오후에 하루 일을 마치고 다운타운에서 올드타운까지 일자로 쭉 뻗은 프랭클린 에비뉴 Franklin Avenue 를 따라 걷는 그 길이 나에게는 매일의 힐링이었다.


눈을 감으면 매일 걷던 그 길이 눈 앞에 선명하게 펼쳐진다. 가게를 나와서 길을 건너 내려가면 옐로나이프를 떠나기 전에 작은 그림을 산 갤러리가 나오고, 뜨거운 국물이 그리울 때 가던 베트남 쌀국수 집을 지난다. 씽씽 달리는 차가 날려 보낸 맛소금 같은 눈을 맞으며 여관 몇 개를 더 지나친다. 날마다 다른 하늘 사진을 찍다 보면 올드타운 초입에 선 멋진 이름의 갤러리에 닿는다. 그리고 나서 더 락 The Rock 이 나오고, 언 호수 위로 선 다리를 건너 호수를 따라 걷다 보면 집에 도착한다. 몸을 녹일 시간이다!


매일 지나가던 갤러리. 저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누가 지었을까.






걸어 다닐 수 있게 되니 쉬는 날도 더 풍성해졌다. 집 앞 호수 위로 누군가 열심히 걸어 다닌 오솔길이 나 있어서, 친구와 그 좁은 길을 비틀거리며 걸어 스노우 킹 Snowking 의 성을 다시 찾아갔다. 낮에 본 성은 밤보다 더 아름다웠다. 꼭대기에 북극곰 깃발을 단 눈과 얼음의 성은 낮에도 푸른빛을 퍼뜨렸다.


얼음으로 만든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내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성을 하루 빌려 잘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어? 친구가 물었다. 푸른 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쳐봤다. 분명 특별한 하룻밤이 되겠지. 하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자는 잠이 마지막 잠이 될 것 같아서 안 되겠어. 아무리 좋은 경험이라도 살아서 말할 수 있어야 가치가 있는 법이지.


혼자 삐뚤삐뚤 선 이르크추크 너머로 해가 진다. 집에갈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