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넷째 주 키위 이야기
카티카티는 작은 마을이지만 벽화 하나만큼은 뉴질랜드의 그 어떤 도시보다도 많다. 뉴질랜드의 벽화 마을 Newzealand’s Mural Town 이라는 자부심도 대단한 것 같다. 마주 오는 사람도 드문 이 작은 마을 구석구석에 역사적인 그림들이 가득하다. 정착하던 시기 사람들이 어떻게 지냈는지 보여주는 그림들이라, 그 당시 풍경이나 옷차림, 오래된 차와 동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가 높이 떠서 햇살이 고루 퍼지는, 기분상 야외 예술을 즐기기에 완벽한 날이었다. 오늘 하루는 벽화에 바치기로 하고 하루 종일 벽화를 따라 걸었다. 벽화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맥주를 사러 자주 가던 주류 판매점에도, 인포메이션 센터에도, 늘 걸어 다니던 길에도. 어디든 벽이 있는 곳에는 그림이 있었다. 이 많은 벽화를 비도 많이 오는 마을에서 어떻게 유지할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분명 모두의 노력이 없다면 어려운 일일 거야.
메인 로 Main Road 를 따라서 이어진 벽화를 하나하나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마을 사진도 찍었다. 마을의 일상적인 풍경도 벽화만큼이나 좋았다. 각종 중고 의자를 잔뜩 내놓은 앤티크 샵과 돼지갈비나 삼겹살 대신 양 어깨(?)를 판다는 광고를 내건 정육점. 길가에 있던 작은 모텔과 과일은 바뀌어도 글씨는 항상 엉망인 과일가게도.
파란색 몸에 빨간 부리를 가진 푸케코 Pukeko 는 뉴질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종 새다. 그 푸케코가 왜 카티카티 광고판에 유독 많은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색이 화려한 게 예뻐서 간판마다 그려놓은 걸까. 이유야 어떻든 간에, 익살맞은 표정의 푸케코가 그려진 간판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길었던 하루의 모험이 끝내고, 숙소 앞 빵집에서 아이스 초코를 한잔 사서 쪽쪽 빨며 이층에 있는 내 침대로 돌아갔다. 익숙해진 창밖으로 늘 새로운 노을이 졌다. 하늘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빨갛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도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그러니 이제 공용 샤워실에서 샤워를 싹 하고, 공용 주방이 붐비기 전에 파스타를 사사샥 해서 먹어야지.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누워서 두 발 뻗고 푹 자야겠다. 좋은 구경 많이 했다, 오늘도.
Katikati Open-Air Art
카티카티에 있었을 당시엔 50점이 안되었던 것 같은데,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무려 29년 동안 74점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왔다고 한다. 이 작은 마을에 그렇게 많은 벽화와 예술품이 들어갈 구석이 있다니 대단하다. 마을 사람들의 열정이 있는 한, 앞으로도 예술품의 수는 계속 늘어나지 않을까. 언젠가는 100점을 채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