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47
Brisbane, Queensland
Australia
나도 이사를 했어요. 한 달 전에.
동생과 투닥거리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을 마치고,
전혀 새롭지 않은 새 도시를 찾아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장잔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요.
설상가상으로 일마저도 구해지지 않네요.
작아진 통장 잔고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에 가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 때문인지.
요즘 들어 떠나온 지 처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 밤 잠을 못 이루고, 인터뷰를 보러 가기 전에
겨우 넘긴 시리얼을 토할 정도로 많이 긴장해 있어요.
뭐 대단한 일도 아니고 고작 카페에서 일하는데
이렇게까지 난리인가, 싶을 정도로요.
단순히 그 일 때문만은 아니지만,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가슴속을 파고들어요.
마음을 좀 먹는 벌레가 내가 해온 모든 선택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아작아작 먹어 들어오며 속삭여요.
한국에 가면 내가 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 흔들거리고,
굳게 딛고 서있던 땅이 요동쳐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여기서도, 한국에서도.
어느 곳에서도 나를 원하는 곳이 없을 것 같아요.
당신에게 물어도 별 수는 없겠지만.
그저 당신의 따뜻한 목소리가,
명쾌하면서도 따뜻한 대답이 그립네요.
보고 싶어요.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