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2015 _ 여행 2일 차 :: 루앙프라방 꽝시 폭포
꽝시 폭포(Kouang Si Waterfall)를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툭툭과 미니밴. 보통 왕복 3시간 정도로, 기사 분이 놀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준다. 시내에서 폭포까지 대략 차로 50분 정도 걸리니까, 폭포에서 자유시간은 1시간 남짓.
툭툭은 흥정하기 나름이고, 인원이 많을수록 싸다. 메콩 강가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같은 질문을 계속 받는다. 툭툭? 꽝시 워터폴, 툭툭? 관심 있는 듯 없는 듯 계속 걸으면 거부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 싼 걸 원하시면 툭툭을 찾아 강가를 어슬렁거리세요.
그러나 우리는 전날 밤에 이미 미니밴을 예약한 몸. 일인당 6만낍인 미니밴은 가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오전 11시 30분 시내 출발, 오후 2시 30분 시내 도착인 선발대와 오후 1시 30분 시내 출발, 오후 4시 30분 시내 도착인 후발대. 우리는 오후에 출발하는 후발대로 예약했고 물놀이 하기 딱 좋은 오후에 폭포로 떠났다.
창밖 풍경에 넋을 놓고 있다 보니 어느새 꽝시 폭포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내려서 우리가 타고 온 차의 위치와 기사 아저씨의 얼굴을 (힘겹게) 외운다. 주차장 옆 식당에서는 각종 꼬치와 간식거리를 판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가, 큰 안내판 앞에서 지도를 확인한다. 꽝시 폭포로 들어가는 길도 폭포 못지않게 근사하다. 큰 나무와 잡목이 울창한 숲길을 10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멀리서 들려오는 시원한 물소리가 발길을 재촉하게 만든다.
걷다 보면 귀여운 곰 조형물이 가득한 곰 구조 센터(The Bear Rescue Centre)를 만나게 된다. 약간 생뚱맞긴 하지만, 밀렵꾼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곰을 구조해서 돌보는 곳이란다. 실제로 구조된 곰들이 행복하게 뒹굴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곰 구조 센터를 지나고 나면 드디어 폭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밀키블루, 옥빛, 비취색 등으로 묘사되는 폭포수가 콸콸콸콸 쏟아져 내린다. (개인적으로는 그라스호퍼 칵테일 색이라고 생각함)
물에 석회질 성분이 많아 희뿌연 푸른색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물은 참 맑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색을 가진 폭포나 강이 없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여러 개의 폭포가 층층이 이어지는 구조로, 더 걸어올라 가면 큰 폭포와 넓은 물놀이 공간이 나온다. <꽃보다 청춘>에 나왔던 나무 다이빙대도 있다. 어쩜 나무가 저렇게 휘어서 물 위로 뻗었는지. 모양도 위치도 참 절묘하다.
사람이 많긴 하지만 공간이 넓어서 동네 목욕탕 온 것 같은 기분은 피할 수 있다. 다들 그라스호퍼 칵테일 색 물빛에 취해 폭포 위아래서 기분 좋은 오후를 즐긴다.
한참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다가 호주 언니가 먼저 다이빙에 나섰다. 언니는 용감하게 뛰어내렸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돌아왔다. 너도 해봐. 여기까지 왔는데 안 뛸 거야?
물을 무서워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 여기까지 왔는데 다이빙을 안 할 수는 없지. 바들거리는 다리로 한 걸음 한 걸음 집중해 드디어 나뭇가지 끝에 섰다. 하앍. 아래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밑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엄청나게, 어마어마할 정도로 높다. (겁 많은 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이게 뭐가 무서워요. 빨리 뛰어요!
하나, 두울, 셋!
뒤에서 엘프같이 생긴 금발 머리 남자애가 채근한다. 너 같은 꼬꼬마는 신날지 모르겠지만, 어른인 누나는 좀 무서울 수도 있지 않겠니? 창백하게 변한 내 안색에도 아랑곳 않고, 친절하게 카운트 다운을 해준다. 더 창피해지기 전에 얼른 뛰어야지. 숨을 크게 마신 뒤, 두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렸다.
엉덩이가 모래바닥에 살짝 닿는다. 바닥을 힘껏 발로 차서 수면으로 올라간다. 물속에서 올려다본 다이빙대는 역시 높지 않다. 천천히 물 밖으로 나와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사람들이 줄지어 다이빙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다들 용감하기도 하지. 특히 아까 그 꼬맹이는 여동생과 손을 잡고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내리고, 또 뛰어내린다.
물이 차고 숲 속이라 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이 아니면 물에 들어가 오래 노는 건 무리다. 폭포 아래서 떨어지는 물을 맞으며 앉아 있다가 추워지면 햇빛이 비치는 자리로 가 몸을 덥힌다. 그 와중에도 다이빙대에서는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뛰어내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여행자들이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가 기운차게 쏟아지는 물소리와 섞여 듣기 좋은 배경음이 된다. 매끌매끌한 돌 위에 앉아 일렁이는 물 위로 햇살이 반짝이는 것을 바라본다.
아주 뒤늦게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큰 폭포가 나온다는 것을. 그때는 이미 우리가 다이빙을 한 번씩 더하고 꽝시 폭포를 떠나 여행을 다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라 별 의미는 없었지만 말이다.
표지판을 잘 보고 사람들을 따라 큰 폭포까지 쭉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물놀이를 하면 완벽하지 않을까. 물론 어떻게 즐겨도 주어진 한 시간은 휙 지나가 버린다. 젖은 엉덩이를 말리며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가슴 떨리게 하는 다이빙대와 시원한 칵테일 수영장을 갖춘,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워터파크 ─ 꽝시 폭포. 무서움을 이겨내고 캐논볼을 두 번이나 했으니 후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