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2016 _ 여행 준비 04 :: 마음의 준비
8월. 찌는 더위에도 온통 터키 생각뿐이다.
"웬만하면 가지 마요."
"그런데도 가려고요? 에이... 가지 마요."
"아직도 취소 안 했어? 진짜 갈 거야?"
지난 한 달간, 나와 엄마의 터키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심지어 엄마까지 이런다.
"우리... 가긴 가는 거야?"
가야지 그럼, 하고 차마 딱 잘라 답하지 못한다. 그냥 어깨를 으쓱하고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다고 대충 얼버무린다. 가고 싶은 마음과 피하고픈 마음이 뒤섞여 있다. 말리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쉽게 돌아서질 못한다.
터키 여행 카페도 들락거려보고, 국제뉴스를 뒤져서 터키 뉴스를 찾아보기도 한다. 잠잠한 거 같더니 결혼식장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동쪽 끝자락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 마음 한구석에 피어오르는 안정감은 금세 죄책감으로 변한다. 마음이 참 무겁다. 이렇듯 나의 안위만 생각한다는 게 무서울 정도다.
이 여행의 반쪽인 엄마와 마주 앉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어느 쪽이든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 엄마는 테러와 쿠데타 초반에 '죽을 놈은 어디서든 죽는다'며 꿋꿋이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다. 갈 때 가더라도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공유가 필요할 것 같아 그동안에 모은 뉴스를 꺼내놓았다.
"나는 엄마, 엄마가 걱정돼. 나 혼자 가는 거였으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거야."
"야, 나는 네가 더 걱정된다. 나야 뭐 이제 다 살았는데, 뭐."
이전엔 미처 몰랐지만,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간다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했다.
평소처럼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가는 여행보다 더 큰 책임감을 필요로 했다. 엄마를 즐겁게 해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고민을 낳고, 또 안전하게 모시고 와야 한다는 생각이 중압감을 낳았다. 나는 나한테 무슨 일이 있을까 보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엄마는 반대로 나를 무척 걱정하고 있었다.
"그럼 그냥 가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엄마가 정말 쿨하게 (다른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말했다. 나는 엄마를 걱정하고 엄마는 나를 걱정하면서, 서로 자기한테는 무슨 일이 생겨도 상관이 없다고 우긴다. 맥이 탁 풀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래요. 까짓 거 갑시다, 터키 여행."
그리하여 우리는 떠난다. 터키로.
겁이 나지 않아서는 아니다.
용감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죽고 사는 문제는
신의 뜻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명한 곳을 가장 먼저 가고
좋은 호텔에 가장 먼저 묵고
맛있는 음식을 가장 먼저 먹을 것이다.
어느 것 하나도 내일의 몫으로
남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끼지 않는 여행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걸 행복하게
두려움 없이 할 것이다.
정말 이대로 죽어도 좋을 정도로.
결국 모든 여행이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인생이란 긴 여행도 마찬가지 아닐까.
여행은 늘 삶과 죽음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의 삶에 무한히 감사하게 하고,
두려움을 지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도 나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