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01 | 이름도 터키터키한 터키

NOV2015 _ 여행 준비 01 :: 일 년 후 터키

by 아델리


여행의 기회는 언제나 우연히 찾아온다.


올해 초 훌쩍 떠난 라오스 여행의 시작은 3만 원짜리 적금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에 호주 언니(라는 것은 호주에서 만난 언니)와 일본 온천이라도 가자며 붓기 시작한 3만 원짜리 적금. 그걸 장장 2년이나 부어 손에 쥔 돈이 고작 72만 원.


갑자기 가기 싫어진 일본을 대신해 <꽃보다 청춘>으로 이름을 날린 라오스가 짠 하고 등장했다. 당시 라오스 항공권은 100만 원을 육박했고, 총 여행 경비가 모은 돈의 두배인 150만 원에 달했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약속대로 여행을 했다.


여행 적금이라는 이름으로 적금을 들어놓으니, 만기가 되자 엉덩이가 가벼워지고, 어떻게든 기회를 찾아 두리번거리게 되고, 없던 시간도 내게 된다. 마음으로만 여행을 소망하시는 분이 있다면 여행적금을 추천드린다. 들 때까지만 해도 못 갈 거 같은데, 믿으시라. 만기가 되면 어디든 가게 된다.



마찬가지로 터키 여행의 기회도 우연히 찾아왔다.


우리 엄마는 토요일 오전에는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평일 저녁에는 <세계 테마 기행>을 열심히 시청하며, 시도 때도 없이 여행에 대한 열망 표출하는 분이다. 문제는 목적지가 너무 모호하다는 것.


"딸, 저번에 티비에서 어디를 갔는데, 산이 높아가지고 눈도 많이 쌓이고 세상에, 정말 멋있더라."


"딸, 이번에는 바닷가를 갔는데, 물속에 들어가니까 물고기가 엄청 많은 거 있지."


"딸, 아프리카? 거기를 갔는데, 햇빛이 너무 뜨거운 거야. 그런데도 사람이 살더라."


원래 눈 덮인 산은 높기 마련이고,

바닷속에는 물고기가 엄청 많이 살며,

아프리카는 더운 곳이 아니던가.


이런 엄마가 죽기 전에 가고 싶다고 콕 집은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이름도 터키터키한 터키. 터키는 어떻게 기억했는지, 그 많은 나라 중에 왜 하필 터키인지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마침 엄마에게는 내년 추석 전에 탈 곗돈이 있었고, 생애 처음으로 패키지가 아닌 자유 여행을 소망했다.


검색해 찾아본 2016년 추석 연휴는, 올해 초 라오스로 떠났던 설 연휴와 꼭 같은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였고, 이 말은 월요일과 화요일에 연차를 내면 전주 토요일부터 추석 연휴가 있는 주 일요일까지 총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라는 것.


딸과 함께 생전 처음 자유여행을 떠나고픈 엄마의 부풀어 오른 마음을 막아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엄마와 함께 떠날 1년 후 터키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연인 듯 우연 아닌 운명 같은 터키로.



ⓒ 터키관광청


매거진의 이전글홍콩 02 | 얌차, 야무지게 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