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2015 _ 여행 준비 02 :: 항공권 구입
가끔 내 머릿속에 여행에 대한 어떤 프로그래밍, 이를테면 "여행의 A TO Z" 라는 식의 순서도 같은 것이 있어서 그대로 착착 따라가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이번 여행에서 A. 여행의 목적지, B. 동행자는 아주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이제 C의 차례. 바로 항공권 되시겠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무조건 항공권부터 뒤진다. "오, 싼 티켓이 나왔군, 여기로 여행을 가볼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싼 티켓을 찾는 강한 인내심이나, 티켓이 가장 싼 그 찰나의 순간에 잡아채는 금손 따위 탑재되어 있지 않다.
특가 세일의 찬스보다는 묵묵히 검색하고 골라서 원하는 스케줄의 항공권을 찾는다. 그리고 결제한다. 항공권 구매에 있어서 나는 늘 미리 준비에 나서지만, 결론적으론 호갱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참 슬픈 일이다.
목적지가 터키로 정해지자마자, 당연한 수순으로 항공권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1년 전이라 아직 내년 9월 항공권은 풀리지 않았고, 대략적인 가격선을 관망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를 한 달. 올 10월부터 내년도 추석 항공권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남들처럼 스카이스캐너나 카약이 그리 편리하지 않았다. 물론 가격이 약간 더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재 시 연결되는 사이트가 외국 사이트가 많아서 혹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국제전화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가난한 월급쟁이에게 필요악인 할부 불가 등의 문제로 결국 한국 사이트를 주로 확인했다. 매일매일 열심히.
탑항공 & 하나투어 항공
인터파크
온라인 투어
와이페이모어
(아래로 갈수록 가격이 저렴함)
이렇게 다섯 개 정도 사이트를 돌아가며 보다가 느낀 건데, 스케줄은 터키항공이 참 착하다. 이스탄불행 직항을 운행하는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해봐도, 터키항공의 스케줄은 오로지 터키에만 최장시간 머물고 싶은 우리에게 딱 맞는 스케줄이었다.
터키항공의 스케줄은 9일 금요일 23:50경에 인천을 출발해서 10일 토요일 새벽 05:40경 이스탄불에 떨어진다. 돌아오는 스케줄도 환상적이다. 마지막 날인 18일 일요일 새벽 00:45경 출발하여 인천에는 같은 날 오후 16:55에 도착한다.
토요일에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밤을 축하하며 느긋하게 저녁까지 먹고 공항으로 가도 되고, 일요일에 집에 도착하면 푹 자고 다음날 출근을 할 수 있다. 가격은 금요일에 출발하는 항공편에 15만 원 정도 수수료가 붙어서 택스 포함 왕복 130만 원 대.
다른 직항 편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있지만, 현시점에 가격이 일단 터키항공보다 비싸고(140-150만 원 정도. 물론 출발일이 가까워 올수록 가격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무엇보다 스케줄이 경유 편과 비교해봐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보통 10일 토요일 아침이나 오후에 출발하여 같은 날 오후나 저녁에 이스탄불에 도착하므로, 이스탄불에서의 첫 하루를 날리게 된다. 돌아오는 스케줄도 17일 토요일 오후나 저녁에 출발하여 18일 일요일 오전이나 오후 도착으로 17일 토요일을 느긋하게 보내기가 힘들다. (게다가 나는 외출 시 준비에만 한두 시간을 너끈히 소비하는 50대 여성과 함께 여행할 예정이 아니던가.)
위의 스케줄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직항보다는 차라리 비슷한 스케줄의 경유 편인 에티하드항공이 가격 면에서도 적격일 듯했다. 가격은 90-100만 원 대로 스케줄은 9일 금요일 밤에 인천을 출발하여 같은 날 오후 14:00경에 이스탄불에 도착하고, 돌아오는 스케줄은 17일 토요일 오후 15:00경 출발하여 18일 일요일 낮 12:00경 도착한다. 여행 첫날과 마지막 날을 반쯤 잡아먹어도 50-60만 원 정도 더 저렴한 티켓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다.
이외에도 많은 경유 편이 있었지만...
- 러시아 항공은 경유 루트 때문인지 당일 도착이 안돼서 탈락.
- 싱가포르 항공은 경유 시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탈락. (우리는 오직 터키만을 원한다!)
- 에미레이트 항공은 경유 편이면서 직항 편보다 비싸서 탈락.
- 기타 영국항공, 프랑스 항공, 알이탈리아 항공 모두 경유 편인데 가격도 비싸고 스케줄도 안 맞아서 탈락.
내 계산은 매우 단순했다. 스케줄만 생각하면 터키항공보다 완벽한 건 없었다. 연휴가 시작하는 토요일도 온전히 쓸 수 있고, 이스탄불에서 떠나는 마지막 토요일도 저녁까지 알뜰하게 쓸 수 있으니까. 가격을 생각하면 저렴하면서도, 스케줄은 한국 항공사 직항 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에티하드 항공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고. 돈이냐 시간이냐.
한 몇 주 동안 고민 고민. 조금씩 오르는 운임을 바라보며, 이번에는 돈 주고 살 수 있는 시간을 택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중심은 엄마니까. 당신 소원대로 조금이라도 더 터키에서 시간을 보내실 수 있도록. 조금은 느긋하게 첫 자유여행의 "자유"를 온전히 누리실 수 있도록.
비록 운임이 인당 20-30만 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그래도 여행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이스탄불에서 보낼 수 있다는 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조건이다. 게다가 때마침 인터파크에서 제 1회 여행박람회 행사로 운임이 조금 (사실 아주 쪼오끔) 떨어졌고, 무이자 할부 기간도 더 늘어났으며, 만원 할인쿠폰까지 받았다. 안 살 수가 없네.
물론 출국일이 가까워오면, 항공편 가격이 좀 떨어지긴 하겠지만(지금 설 연휴 운임을 보면 아시아나는 80-90만 원까지 떨어져 있다), 그래도 이 완벽한 스케줄을 가진 터키항공의 운임은 10만 원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계속 항공권 사이트만 표류하면서 전전긍긍하느니 차라리 여행 공부에 시간을 들이겠다는 다짐으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너무 일찍 나는 새는 그리 싸게 사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기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초 얼리버드 항공권 구입 완료!
_ 터키항공 이스탄불 왕복 항공권 (2인) : 2,553,200원
출국 편 : 9일 23:50 인천 출발 - 10일 05:40 이스탄불 도착
귀국 편 : 18일 00:45 이스탄불 출발 - 16:55 인천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