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어깨가 아프다. 어제 너무 얇게 입었던 모양이다. 한껏 껴입고 그 위에 두툼한 겉옷까지 걸쳤는데도 추워서 자리에서 당장 스쿼트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사회적인 체면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고, 애먼 다리만 동동 굴렀다. 아으, 추워! 입김이 거세질수록 어깨가 점점 동그랗게 말렸다. 내일은 내복을 꼭 입어야지. 이렇게 추위에 질 수는 없었다.
그래도 겨울이 좋니? 한파에 경직된 어깨와 허리를 두드리고 있으니, b가 묻는다. 당연하지. 뜨거운 차를 입술에 갖다 대기 전에 대답했다. 여름을 좋아하는 b에게 겨울은 지옥이었다. 눈도 싫고 비도 싫고, 아무튼 추운 날은 다 싫어. 마침 창밖에는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바닥에 닿기도 전에 사라지는 작은 눈송이들을 보며 b는 몸서리를 쳤다. 그러고 보니 만날 때마다 목도리를 하고 있네. 목폴라를 입고서도. 답답하지 않아? 아니 딱 좋아. 이래야 따뜻해. 목도리를 쓸어내리는 b의 얼굴이 왠지 뿌듯해 보였다.
겨울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추위를 견디는 사람과 추위에 맞서는 사람. b는 전자에 속하고, 나는 후자다. 사랑해 마지않는 계절과 승부를 다지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기고 싶은 쪽이다. 추운 날 산책하는 걸 좋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걷는다. 귀가 얼얼해지고 두피까지 차가워지는 날씨에 걷다 보면 상쾌하다 못해 짜릿하다. 이 정도면 맞서다 못해 추위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어깨가 움츠러들면 일부러 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등을 곧게 세운다. 물론 대가는 따른다. 가끔 감기에 걸리고, 오늘처럼 목과 어깨가 결린다. 그럴 때면 분해져서 오히려 더 단단히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간다.
특히 눈 오는 날에는 무조건 밖에 나가 걸어야 직성이 풀린다. 어렸을 때부터 이어져 온 우리 집 나름의 전통이기도 하다. 눈이 내리면 곧잘 쌓이던 지역에서 자라, 그 안에 파묻혀 지내던 날들이 많았다. 집 앞 공원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썰매를 탔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이른 새벽 엄마와 함께 걸었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에는 그 아래에 누워 양 팔다리를 휘저었고, 멋을 부리다 눈길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다. 그렇게 지나온 장면들은 녹지 않은 채 소복하게 쌓여, 결국 겨울을 좋아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매년 겨울이면 조용히 승부를 건다. 이번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고, 끝까지 이 계절을 좋아해 보겠다고. 늘 지는 쪽은 나지만, 이상하게도 패배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겨울을 통과한 몸과 마음이 다음 계절을 더 잘 맞이할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