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몸에 물을 묻히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을 프랑스 남부에서 보내 눈 뜨자마자 바닷가로 달려갔던 기억이 배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 대답한 이는 심지어 스웨덴 사람이었다.
한국에서도 내륙 한가운데에서 태어나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나는 그 문장이 부럽다 못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아랫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당장 오늘만해도 눈을 뜨는 게 힘들어 침대 위를 어기적거리다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쉬었는데. 알람을 끄고 나서 집 앞이 바닷가인 풍경을 상상했다. 베란다 밖에는 출렁이는 파도 대신 건너편 아파트의 길쭉한 복도만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올해 여름은 참으로 길었다. 물에 풍덩 빠져 지내기에 충분했음에도, 나는 바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유야 너무 많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터라 휴가를 쓸 여유가 없었고, 끝내주는 호텔에 묵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으며, 서서히 경계를 풀고 있는 고양이를 두고 마음 편히 다녀올 수도 없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다 제쳐두고, 고민 없이 시퍼런 물속에 잠길 수 있도록 바닷가가 코앞인 곳에 살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할아버지를 부러워할 일도 없었을 텐데. 아이패드를 사면 완치된다는 ‘아이패드병’처럼, 내가 가진 소원도 정말 살아봐야만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내 사주팔자에는 물이 없다. 오행의 기운이 고르게 나뉘어 있어야 좋다는데, 내가 가진 글자에는 쥐어짜낼 한 방울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건조하고 푸석한 사람으로 자랐나. 부족한 수(水)를 채우는 방법은 다양했다. 물을 자주 마시고, 수를 상징하는 파란색이나 검은색을 옷이나 소품으로 활용하거나, 바닷가와 해변, 강가 근처에 가는 것.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적잖이 놀랐다. 이미 말하는 그대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물을 자주 마셨고, 검은 옷을 워낙 즐겨 입어 저승사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으며, 매일같이 물가를 그리워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나는 늘 물을 찾아다니며 살고 있었다. 내 나름대로.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자마자 물 한 잔을 마셔야겠다. 집 앞에 바다는 없지만 정수기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이 코앞에 있으니. 이 정도면 쩍쩍 갈라진 틈을 슬금슬금 적셔가며 살 수 있겠지. 그러면 생각보다 충분히 촉촉한 하루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