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다. 신년을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30분 일찍 일어나는 일이 버거워 작업실로 출근한 뒤에 쓰는 쪽을 택했다. 히터의 열기 덕에 김이 모락모락나는 상태로 차에서 내려 트렁크에서 가방을 꺼낸다. 자리에 앉아 유산균 한 포를 입에 털어 넣고, 텀블러에 받아둔 미지근한 물까지 마시면 준비가 끝난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노트를 펼쳐 아끼는 펜으로 오늘 날짜를 적는다.
때로는 쥐어짜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글을 쓰는 일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 눈물 나게 사랑해 미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드라마 속 비련의 주인공이 되었다.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해. 왜 이렇게 나를 괴롭게 해. 잡아 흔들 옷깃이 없어서 애꿎은 허벅지만 주먹으로 두들겼다. 글은 엉덩이로 쓴다는데, 한 시간을 넘게 앉아 있어도 한 글자도 옮기지 못한 채 바깥을 속절없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산책쯤은 예술가에게 허락된 도피라고 생각하면서.
모닝페이지에는 무엇이든 써내려갈 수 있었다. 잠들기 전 나눴던 대화들, 새벽 내내 나를 견고하게 지켜주었던 꿈, 오늘을 맞이하는 마음 같은 것들을.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증명할 필요 없는 글자들을 삐뚤빼뚤하게 적고 나면 그중 일부는 제법 괜찮은 문장이 되고, 오래 붙잡고 있던 이야기의 결말이 되었다.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이 모닝페이지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오히려 엉망일수록 제 역할을 다 한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뭐라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또다시 골머리를 앓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내게 아침이 허락되는 동안, 이 작은 노트와의 시간은 계속 될테니까. 펜을 들고 날짜를 적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