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직업에 대해 검색하다가 은퇴가 가장 늦은 직업이 농어업종사자라는 통계를 보았다. 몇 년 전, h와 함께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저렇게 살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을 품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집에서 먹었던 반찬이며 찌개나 국, 하물며 밥까지도 무엇하나 대충 만들어진 게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재료 손질이며 끓이는 시간, 볶는 시간 그리고 먹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하루 세끼 밥만 해 먹어도 하루가 끝난다. 끊임없이 먹고사니즘을 고민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리틀 포레스트 같은 이야기가 먼 얘기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머나먼 다른 세계. 일단 변두리에 자급자족할만한 땅이 없고, 집이 없고, 소꿉친구도 없다.
제때 밥을 챙겨 먹는 일은 중요하지만, 세상은 점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조차도 그렇다. 거식증과 폭식증이 공존하는 현재에서 개개인에게 적당한 먹거리를 찾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어떤 날에는 8체질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에 가서 체질검사를 받았다. 금음체질이 피해야 할 음식은 대표적으로 커피, 밀가루, 육류가 있었다. 고기는 그렇다 쳐도 커피와 밀가루를 피해야 한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결과를 보고 슬퍼하자 머리를 한껏 넘긴 의사 선생님이 단호한 어투로 먹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 일도 한참 전의 얘기지만 여전히 내 몸과의 적당한 합의점을 찾고 있다. 가끔은 당부에도 불구하고, 냉장고 문에 매달린 식습관 종이를 모른 척하고서 품과 시간을 들이기 귀찮아 배달 앱을 킨다. 샐러드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느새 치킨을 보고 있다. 먹고 좀 걸으면 된다고 합리화하면서.
그렇게 맛있는 음식 찾기에 혈안이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고 싶다. 너무 모순인가싶긴하지만 진짜로 그럴 때가 있다. 영양소가 응집되어 들어 있는 우주식량 같은 것이 구하기 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에 맞춰 허기지는 배와 음식을 갈구하는 식욕이 성가시다. 일이 너무 바쁠 때도 그렇지만 반대로 너무 무기력할 때도 마찬가지다. 먹어서 무얼 하나 싶고, 배가 부르고 나면 마음은 더 허해지는 아이러니.
우리는 누군가 걱정될 때 밥은 먹었냐고 묻는다. 제때 잘 먹어야 한다, 먹어야 힘이 난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 안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사려 깊은 애정이 묻어나는 한국식 안부 인사. 음, 저는 대충 밥이랑 사 온 반찬이랑 먹었어요. 라고 말하기는 너무 길고 장황하니 네, 먹었어요. 한다. 그러면 그 네 글자에 안심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은 자고로 잘 먹어야 해.” 엄마가 늘 하는 말이다. 그래야 뭐든 할 힘이 생긴다고. 의미 없는 쳇바퀴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무언가에 먹히지 말고 먹어 치우는 게 좋고, 먹을 때 꼭꼭 씹어서 소화까지 잘 시키는 게 미덕이다. 밥을 차리고 반찬을 꺼내 탁자에 두는 일이 가끔은 지긋지긋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당연하게 턱관절을 움직여 음식물을 씹어내는 일은 계속된다.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