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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Apr 13. 2021

속세에 살고 있으니 속물이 되는건 당연하지 않은가?



나름 바쁘게 산다고 사는데도 꼭 이렇게 시간을 죽이는 때가 있다. 주로 업무 시간 전, 준비를 마친 후에 그렇다. 준비를 마쳤으니 마음의 여유도 생겼겠다, 여유를 즐기며 책이나 보면 될 탠데 유독 그런 고상한 것들이 다 하기 싫어지는 날이 있다. 특히 날이 좋아서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내 처지가 달갑지 않을 때 그렇다. 이럴 때면 나는 다 컷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수업을 땡땡이 치고 싶은 어릴적 게으름뱅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나는 자산에 관심이 많다. 어릴 때 성적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제는 돈에 관심이 많다. 그런 면에서 나는 참 속물이지만 속세에 살고 있으니 속물이 되는건 당연하지 않은가? 나 또한 경제적인 여유가 왕왕 있고 평생 돈 걱정 따위 할 필요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며 살았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왜 몇 백년전 공작까진 아니더라도 백작부인쯤으로 태어났으면 돈걱정 따위는 하지 않고 품위와 명예를 생각하며 살아가지 않았을거냐는 말이다. 자본주의 속세에 살며 속물이 되지 않는 법이 있을까?


결국 이런 속물인 나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로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서도 시간을 허비하기는 싫은 마음에 타자를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런걸 '생산적'(Productive)이라고 배우며 자랐고, 이런 허비하는 시간들이 모여 하나의 자산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이 요즘 자산의 대세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 통칭 COVID-19이 도래하면서 세상의 BC와 AD의 정의가 바뀌었다는 말이 있다. Before Covid-19, After Disease 가 그것이다. 세계는 재택근무를 지지하고 이에따라 늘 주식창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우리 개미들은 주식과 코인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국 기회가 된다면 모두가 속물이 되기를 마주하지 않는 바람직한 자본주의 시민이 아닌가. 물론 뼛속부터 이익을 추구하는 나는 이 대열에 합류했고 주식에 대한 이야기는 친구들 사이에 늘 화두로 떠오른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속물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얼마나 똑똑한 속물인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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