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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Apr 14. 2021

잘 할 필요는 없잖아?




사실 새로운 걸 시작하는 일만큼 쉽고 설레는 일도 없다. 나 역시 그런 설렘에 끌려 많은 일을 시작하고 그만두거나, 그만두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작이 많다는 것은 끝나는 것도 많다는 걸 의미한다. 자의든 타의든 어차피 언젠가 끝날 거라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는 건 크게 나쁘지 않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요즘 같은 시대를 일컬어, N잡러의 시대라고 부른다. 고정으로 하는 일 말고도 부수입을 창출하기 위해 너도나도 여러가지 일을 병행하며 살고 있다. 


사실 지금 글을 쓰는 브런치를 포함,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flatform)이 이토록 잘 마련되어 있는 이 시대에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조금 억지스럽다. 게다가 이런 플랫폼을 통한 부수익은 COVID-19의 영향을 받아 더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는 전문가들마저 유튜브, 블로그 같은 플랫폼을 통해 자신만의 채널을 꼭 가져야 한다고 권유한다. 


이런 플랫폼은 자신이 원하는 창작 활동을 수익으로 연결시켜주는 훌룡한 매체가 되어준다. 누구의 감독과 지시도 받지 않으며 원하는 창작 활동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건 그 액수를 막론하고 뛰어들만한 매력이 있다. 다만 안정성은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안정성을 논하기 전에 채널만 만들고 잠깐 활동하다 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자기만의 채널로 활동 한다면 결국 중요한건 꾸준함이 아닐까? 나 역시 블로그도 브런치도 본업도 다 가지고 있지만 어느 하나에 집중하게 되면 다른 것들이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나마 업무중에 컴퓨터 앞에서 무작정 대기해야하는 이런 무료한 시간이 없었다면 이런 짧은 글마저 지속하지 어려웠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마다하지 않는 나는 블로그도 브런치도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다. 시작하면서 한가지 다짐했던 게 있다면 '그만 두지 않는 것'이다.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오했동안 할 것을 다짐했었다. 


그러다 최근, 옛날에 가꿔놓고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블로그를 통해 카카오톡으로 제안이 왔다. 사실 티스토리 블로그로 바꾸면서 방치한 블로그였는데 오랜만에 계정을 확인해보니 많은 제안이 와 있었다. 아니, 이렇게 오랬동안 방치했는데 꾸준히 제안이 오다니! 버리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깐씩이라도 짧게나마 블로그를 재개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글을 쓰려는데, 쓸 게 없었다. 워낙 옛날에 잡아 놓은 컨셉이라 지금 내가 하는 활동과 안 맞는 주제였고, 그렇다고 주제를 바꾸기엔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였다. 한참을 못 쓰고 고민하다 문득.


'아니, 잘 할 필요는 없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버리려던 블로그인데 심혈을 기울여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더군다나 옛날에 정해두었던 컨셉을 지킬 필요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 가볍게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쓸 소재가 넘쳐 흘렀다. 때로 우리를 막는 건 꼭 괜찮은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는, 잘 하려는 욕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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