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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Apr 18. 2021

이유없이 잠 못드는 밤은 달리 재울 방도가 없다.

어른이의 불면증




유난히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다. 


머리만 대면 잠드는 나는 '불면증'을 앓은 적이 거의 없다. 어릴 때는 다음 날 소풍을 간다거나 시험이 있다거나 하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친구랑 싸웠다거나 고백을 받았거나, 싫어하는 수업이 있다거나 아직 한참 유행하는 게임 레벨업을 못했다거나 하는 그런 이유들 말이다. 


이십 대 중반을 넘어 사회 생활을 하며, 잠 못드는 밤은 희귀해 졌다. 일을 마치고 고단한 몸은 내일을 걱정할 새도 없이 땅이 꺼지듯 꿈에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간혹, 잠 못드는 밤이 있다. 문제는 아주 가끔 찾아오는 이 불면증에 그럴싸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없이 잠 못드는 밤은 달리 재울 방도가 없다.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양을 새다 보면 백을 넘기지 못하고 금세 다른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다. 아무생각 없이 웹툰이나 유튜브를 보고 있자면 그대로 서너시간이 흘러 어느새 밝은 새벽을 맞이한다. 특별한 이벤트도 설움도 없는 날 갑자기 찾아온 불면증은 까다롭다. 생각을 하면 끝도 없고, 안하자니 밤을 새고, 마치 발버둥 칠 수록 점점 빠져드는 블랙홀이다. 


이런날은 뒹굴 거리고 뒤척이기를 반복하다 결국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와중에 글쓰기는 퍽 괜찮은 불면증 치료제다. 글을 쓰다보니 생각지 못한 곳으로 생각이 튀지도 않고, 엎드려 타자를 두드리는 것 만으로 꽤 체력이 소모되는 작업이다 보니 나름 노곤함을 조성하기에 적합하다. 게다가 잠에 들지 못한채 흘러가는 이 밤에 글을 쓰는 것은 죽은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런 걸 보면 글쓰기는 혼자놀기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다. 양손은 조잘조잘 어느 두뇌 어느 한구석에서 만들어낸 이야기들을 생각할 틈도 없이 써내려가고, 이와 동시에 눈은 그 이야기를 읽는 독자가 된다. 화자와 독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이 바로 글쓰기가 아닐까.

글쓰기라는 건 참 신기하다. 분명 내 머릿속에서 나왔는데, 이 구절을 그대로 생각하고 옮기는 법이 거의 없다. 쓰다보면 늘 첫 구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나를 발견한다. 사람은 생각을 하는 그 순간에도 많은 것들을 의식하게 되나 보다. 이게 맞고 저게 틀리다던가, 이건 이렇게 저렇게 보일 거라던가,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순간 그 후편과 독자의 반응까지 함께 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라면, 결국 '현재의 나'를 가장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일 게다.


모두가 편히 잠들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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