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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Apr 08. 2021

아이들은 놀라울 만큼 쉽게 변한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지 반년이 지났다. 지금도 첫 수업 하던 날을 기억한다. 첫 수업을 마쳤을 때 뒤에서 감독을 하던 매니저가 말했다. 


"선생님, 운이 좋으시네요. "


당시에는 이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얼마가지 않아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첫 수업일이 끝나고 그만 둔 선생님이 있었다. 아무래도 첫 수업에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퇴근 전 화장실에 들르자 선생님들이 몰려 있었다. 그 쌤을 위로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는 이 일이 안 맞나봐요."


그 후로 그 선생님을 본 기억은 없다. 


사실 첫 날, 말 잘 듣는 좋은 학생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로 다음 수업에서, 몹시 개구장이인 남자아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수업하는 하루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거나, 수업과 관련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사도 하기 전에 멋대로 수업을 나가버렸다. (수업은 화상으로 진행되었다.) 첫번째 아이와 너무도 대비되는 행동. 이건 성별때문인가? 두어살 더 어리기 때문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 같다.


하지만 나도 '특히' 감독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첫 수업 때 개구장이 남자아이가 걸렸다면 수업하는 내내 퍽 애를 태우지 않았을까 싶다. 평가도 평가지만'일에 대한 첫인상'이 결정되는 것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현재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거쳐간 아이들까지 하면 200명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나이, 성별, 생김새, 목소리 어느 것 하나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외모가 비슷한가 하면 성격과 태도는 전혀 다르고, 느낌이 비슷하다 싶으면 실력이나 나이가 전혀 다르고. 그런 식이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애들은, 정말 편애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있기 마련인데, 처음부터 눈에 띄게 잘하는 아이들, 그리고 처음보다 눈에 띄게 성장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님이 주변에서 보고있든 그렇지 않든 자연스럽게 눈이 가고 더 신경쓰게 된다. 뭐랄까, 내 업무에 '보람'이란 걸 선사해주는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해야할까. 


특히, 가르치다보면 아주 단기간에 태도가 바뀌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순수한만큼 물들기도 쉽고, 특히 아직 어린 나이의 아이들은 태도나 감정이 쉽게 바뀌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걸 보면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아이들에게 쉽게 부정적인 감정을 들어내서는 안된다고 느낀다. 사실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는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선생님은 관계상 아이들의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만큼 더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처음에는 소리지르고 개구쟁이처럼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한 2-3개월이 지나면 어느새 얌전해져 있다는 것이다. 전보다 수업 태도도 좋아지고, 더이상 소리도 지르지 않게 된다. 

한번은 한 아이가 수업을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대답을 하기에 물었다. 

"그런데 00는 왜 소리를 치면서 이야기하는거에요~?"

아이는 멍하게 나를 처다봤다. 스스로도 소리를 지르고 있다는 인식을 못했을까.

"작게 이야기해도 들리는데~ 우리 조용히 이야기해볼까요?"

그러자 아이는 조용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소리 지르는 때가 없지는 않았지만 빈도는 현저히 줄었다. 그리고 몇주가 더 지나자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은 각양각색이고, 놀라울 만큼 쉽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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