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당연하다는 말은 기대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내 마음을 당연히 알아주겠지. 내 말을 당연히 들어주겠지. 당연히 이건 해주겠지. 당연히 이렇게 되어야지.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살아온 경험치가 만들어낸 어떤 기대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당연하다 생각한 일에 대해서는 그렇게 예민하고 그렇게 화를 냈었다. 공손하게 얘기하는게 당연하고, 예의를 지키는게 당연하고, 서로를 배려하는게 당연하다 믿었다. 사회와 사람에 대한 어떤 기대였다.
어느순간, 내가 당연하다 생각한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경험치가 생겼고, 기대를 했기에 실망을 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네가 잘못한게 아니라, 기대한 내 잘못이지. 그렇게 마음을 달랬다.
시간이 더 흘러, 나는 어느순간 내가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감사하던 것들이 나중에는 당연해 지는 건, 네가 화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네가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네가 나를 위해 노력했었던 사실을 잊고, 네가 나를 바라보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잠을 자는 모든 사실이 특별했다는 것을 잊었다.
당연해져버린 특별함은 호의가 아닌 의무가 되었고, 기대를 져버린 상대를 비난할 소재가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다.
이 모든걸 걱정했던 우리는, 어느새 당연함에 취해 걱정했던 모든것을 그대로 반복했다. 알면서도 멈추지 못했다.
네게 남았을 상처와 내게 남은 상처가 아물 수 있게, 우리는 서로를 놓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