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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꿀벌 Jan 03. 2022

벌써 스물 아홉

뭐하고 살지?


스물 아홉이다.


1월 2일 저녁, 방에서 뒹굴거리다 번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벌써 스물 아홉이라니! 고등학교를 졸업한게 엊그제 같지는 않지만 (양심이 있지 엊그제는 아니다) 그래도 대학 좀 다니고 취준 좀 하고 사회에 좀 나와보나 했더니 스물 아홉이다. 아니, 원래 시간이 이렇게 막 가는 거였나? 한때는 영원할 것 같았던 젊음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청춘으로 보인다. 젠장.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생각해보면 나는 스물 여덜의 연말, 그러니까 며칠 전 까지만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12월 30일부터 연휴를 만끽하기 위해 연말 파티랍시고 친구들과 와인을 마시고 뻗어버렸다. 왜 30일이냐고? 31일은 남자친구랑 보내야 하니까. 그렇게 연말 정산이 끝나면 신년은 또 부모님이랑 보내야하니 모든 행사가 끝나고 혼자 사는 집에 돌아온게 1월 2일. 그러니까 지금이란 말이다. 


스물 아홉. 


열 아홉에는 얼른 한 살 더 먹고 싶었는데. 고등학교 때 부터였나. 시간이 너무 안가서 이러다 평생 청소년으로 머무르는 건 아닌지 의아할 만큼, 영겁의 시간을 사는 것 처럼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작년은, 작년은 정말 아무런 기억이 없다. 벌써 치매인가? 분명 일 년을 살았는데 기억나는건 마디마디 큼직한 몇 가지 사건 뿐이다. 이직했고, 이사했고, 남자친구랑 놀았고.. 끝이다. 


아니,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살았다니. 언제부터 이렇게 나태해졌을까? 나름대로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열심히 살았나?하는 물음표를 뗄 수가 없다. 그래.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살아보자. 근데 어떻게? 뭘 열심히 하면 되는거지?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참 편했다. 학생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알아서 목표도 방향도 다 주어지고, 자격증이든 뭐든 뭘 해야하는지 적혀 있는 뽑기중 선택해서 그 길을 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졸업하고 취직하고 집에서도 자립해 돈을 벌기 시작하니, 아무도 내게 무얼 하라 말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경력에 도움이 될만한 자격증, 책읽기 자기개발 같은 것들을 한다하지만 솔직히 뭐가 그리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이게 나중에 정말 내게 중요한 일이기나 할까? 마지막 이십대에는 뭔가 특별한, 중요한 걸 해야하지 않을까? 이십대가 끝나기 전에 뭔가 이뤄야하는게 아닐까?


이튿날, 회사에 출근해 대리에게 묻는다. 저 벌써 스물 아홉이에요. 뭘 해야 할까요? 그러자 대리는 자기도 그 때 생각이 참 많았다고 대답한다. 마지막 이십대라는 생각에 뭔가 우울하고 그랬다고. 그래서 스물아홉에 뭐하셨어요? 대리는 달력을 뒤져보더니 말했다. 음,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은데, 진짜 아무것도 안했네요. 근데 딱 지나고 서른 되면 그냥 다시 아무렇지도 않아져요.


아니, 아닌데. 그런게 아니라. 서른이 되기 전에 뭔가 하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릴적 상상하던 스물 아홉의 나는 이런게 아니었던 것 같단 말이지.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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