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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Jan 21. 2018

겨울을 피해서 간
세 번째 미국여행

17'-18' 미국 여행기(1)

한국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춥게 느껴진다. 지구상에는 물론 시베리아나 캐나다처럼 한국보다 추운 곳이 많다. 가본 적은 없지만 가까이 중국의 내륙 지방이나 일본 북부지역인 홋카이도만 해도 겨울 기온이 훠얼씬 낮다고 들었다. 그걸 아는데도 한국의 추위가 유독 강하게 다가오는 건, 한국에선 뚜렷한 사계절로 추운 겨울 못지 않은 더운 여름을 해마다 겪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춥고 어둡고 건조한 겨울날씨가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26일, 나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유학 중인 형과 잠시 휴직을 하고 미국에서 살고 있는 형수님을 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출국 직전까지 지긋지긋한 겨울 날씨에 더해 대학원 진학과 취업 시험에 모두 낙방해 많이 지쳐 있었다. 한달도 전에 미리 끊어둔 비행기 티켓이었지만,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 공항을 나오자 정말 좋은 타이밍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기온에 밝은 햇살, 가벼운 표정의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 우중충하게 얼어있던 감정들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듯했다.


뭐 이런 걸 보고 느낀 감정이라던지..

미국은 이번이 세 번째 입국이었다. 첫 여행은 2011년 연말이었는데 엄마와 막내 이모, 나 셋이서 함께 미국 땅을 밟았다. 로스앤젤레스 부근에 사는 둘째 이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모네 집에서 머무르면서 캘리포니아 도시들을 구경했다. 두 번째는 2014년 여름 아이오와의 노던 아이오와 주립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와서 3개월을 머무르면서  미국 중서부에서 짧게 살아보고 동부와 서부 몇몇 도시를 여행했다.


5년 전 '세 자매'와 샌프란시스코 패키지 여행 갔을 때

마침 그때 형도 같은 시기에 애리조나 주립대학으로 건너가 기나긴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형수님을 만나 2년 열애 끝에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 후 형이 먼저 미국으로 돌아갔는데, 직장을 다니고 있던 형수님의 휴직이 쉽지 않아 둘은 무려 8개월이나 장거리 신혼생활을 했다. 그러니까 이번 내 미국여행은, 결혼 2년차지만 함께 산 지는 다섯 달 남짓한 신혼부부 집에 천방지축(?) 도련님이 찾아든 격이다.


세 번째 미국 여행의 목적은 아래 네 가지였다.

- 따뜻한 곳에서 피한(避寒)한다

- 신혼집 방문해서 형 내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특히, 결혼하면 뭐가 좋은지 옆에서 관찰)

- 한국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서 단기 이주생활을 하고 있는 내 친구들을 만난다

- 포틀랜드와 시애틀이라는 미국 북서부 주요 도시를 구경한다



여행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면, 이 네 가지 여행 목적은 매우 만족스럽게 달성되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어떤 해외 자유여행보다도 즐거웠고 많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 동안 해외 여러나라를 돌아볼 기회가 많았는데, 여행기를 많이 남기지 못했다. 페이스북이나 다른 블로그에 단편적으로 올리기는 했지만 지지부진했다. 너무 잘 쓰려고 했기 때문에 오히려 완성을 못 시킨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여행기는 가볍게, 미완성이라도 괜찮으니까 사진과 함께 기억나는 것들 중심으로 여행기를 정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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