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 NVC1 후기
내가 비폭력대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무려 2016년이다. 아는 언니가 NVC1 수강을 하면서 커뮤니티에 글로 차곡 차곡 남겨준 덕분이었다. 그 무렵이 나에게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의 반복이던 시절이라 언니의 글이 의미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왜인지 그 후로 일 년에 두어 번 정도는 꼭 비폭력대화 교육원 홈페이지 (http://www.krnvcedu.com/) 에 들어가 언제 교육이 또 있나 일정을 살펴보곤 했다. 감히 그 만큼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수강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 하는 기대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했었다.
올 초 휴직을 계획할 때만 해도 비폭력대화를 떠올리지 못했는데 한여름 모든 일정이 코로나로 취소되자 굵고 짧게 나를 위해 의미있게 쓸 시간을 찾게 되었다. 다른 것과 겹치는 일 없는 오롯한 3일의 수강 일정이 '마침' 코로나를 뚫고 오프라인으로 재개되는 참이었던 건 아무래도 운명이었나 보다.
나는 개인상담을 2014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받아온 이력이 있다. 완급이 있었지만 그 때의 시간들이 나를 정말 많이 바꾸어주었고, 종결한 이후에도 문득 문득 그 시기에 체득한 것들이 깨달음으로 다가올 때가 많았다. NVC1을 들으면서도 그랬다. 그게 다 통하는 얘기였다.
어려서 못했고, 몰라서 못했고, 적응이 안되어 못했고, 연습이 덜 되어 못했던 '더 나은 대화의 방법'을 마치 실무서에서 요점 짚어주듯이 다가왔다. '비폭력'대화라는 번역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와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대화법 같은 것을 상상하지만, 사실 NVC 가 추구하는 것은 왜곡 없이 진실되게 나의 뜻을 전하고 상대의 뜻을 받아들이며 오고 가는 대화를 불러 일으키는 것에 있다.
사흘간의 집중도 높은 시간 중에 실제로 나의 마음 속까지 뚫고 들어온 것은 4개의 의자에 앉아 서로 기린과 자칼의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대화의 상대자'로 내가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었다. 느낌(feelings)말과 욕구(needs)말 카드는 아이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게 새로 만들고 싶다고 잠시 생각했다가... 이미 여러 개 수집해둔 '감정카드' 바구니를 떠올리고는 이내 그 생각을 접었다. 어디서 만든 카드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을.
평가가 아닌 [관찰]
생각이 아닌 [느낌]
수단이나 방법이 아닌 [욕구]
강요가 아닌 [부탁]
결국 어떻게 이해 가능하게 나의 욕구를 전달하고 상대의 욕구를 전달받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정확한 상태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높은 능력의 피드백이나 리더십 스킬, 취약성을 드러내기(리더의 용기, 브레네 브라운 저)와 그대로 싱크가 되는 부분이 있어 짜릿하기도 했다. 내가 NVC를 통해 다시 시도해보려는 관계의 영역은 가정 뿐만이 아니라 팀, 회사였기도 하니까 말이다.
할 수만 있다면 올 해 안에 NVC2 까지 마치려고 한다. 적극적으로 내가 비폭력대화 강의를 등록하게 된 데에는 사실 또 다른 이유가 하나 있는데, 바로 박재연 선생님의 리플러스휴먼랩 에서 진행하는 <연결의 대화 트레이너 과정>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자격 요건 중 '심리학에 대한 이해와, 대화를 가르칠 수 있는 기본 소양과 태도 및 기술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의 카테고리에 억지로 나를 밀어넣어 바로 지원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ㅎ 비폭력대화 만큼은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가야겠다 마음 먹었다.
https://replushumanlab.com/%ed%8a%b8%eb%a0%88%ec%9d%b4%eb%84%88%ea%b3%bc%ec%a0%95/
부모 자녀와의 관계도,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도, 배우자와 친구와의 관계도 근본적인 물줄기는 같다고 생각한다. 듣고, 믿고, 나를 열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이의 방해물이 사라지고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