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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Jul 03. 2022

안정과 도전이 함께 찾아오는 시간

2022년 상반기 회고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면 단 한 번도 비슷한 때가 없다. 늘 새롭고 늘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어려운 일들과 짜릿한 일들이 뒤섞여 있다. 한해 한해 넘어가면서 그나마 익숙해지는 건 '낯선 일들이 아무리 찾아오더라도' 조금씩 덜 놀라게 된다는 점 아닐까.




1. 세 명의 동료를 떠나보내고, 두 명의 동료를 얻었다. 우리 팀은 내내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찾기 위해 함께 치열하게 노력했다. 리더부터 멤버 한 명까지 빠짐없이 팀빌딩을 위해 정성을 기울였다. 1월과 6월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보면, 각자 자신에 대해서는 조금씩 불안함이 남아 있지만 서로를 생각할 때면 든든하다 여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동료가 다섯 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2. 누가 붙잡아주지 않아도 맡은 영역에 대해서 직접 교육하고 발표하고 나눌 만큼 자신감이 자랐다. 설령 틀린 주장일 가능성이 있더라도 명확한 내 관점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바꿔야 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유연함도 조금 더 늘었다. 조급함이 줄었고, 내 속도를 찾았고, 1월보다 6월에 이르자 약간 더 큰 그림이 보인다. 왜 그래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약간 더 또렷해졌다.


3. 사이드 프로젝트로 일상의 일부분이던 커뮤니티가 본격적으로 '일'이 되었다. 앞장서 대단한 비전의 깃발을 휘두르는 대신 정원사처럼 차근차근 가꿔나가는 중이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은 무언가 내 기술을 날카롭게 만들어 줄 임무는 아니다. 하지만 내 강점과 경험이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역할이다. 내가 이 팀에 무언가 남기게 된다면 그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마음가짐 아닐까 싶네.


4. 4년 넘게 계시던 이모님이 떠나고 새로운 이모님이 오셨다. 아이를 돌보는 일, 집안일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일, 그 외 다른 자잘한 '가정 경영'의 체제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했다. 일이 벌어졌을 때는 지난 10년의 트라우마가 나를 몹시 괴롭게 했는데, 사실은 그 어느 때보다 내 환경과 가족과 동료들이 나를 지지하고 도와주었다. 지출은 늘었고, 상황은 안정되었다.


5. 그 와중에 아이는 긴 알러지 치료를 받았다. 아이도 고생하고 비용도 상당했다. 잘 견딘 아이, 바로 만날 수 있었던 전문가, 의료 시설, 충분한 약제와 다행히 치료과정을 감당할 수 있었던 자금 사정까지 어느 하나 감사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문득 내가 누리는 인프라는 얼마나 소수의 사람들이 누리는 것일까 생각하며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이곤 했다.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6. 이사를 했다. 평소 집을 돌아볼 때 고심하고 선택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해서 '웬만하면' 계약하려고 처음부터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어쩌면 잡는 집마다 족족 놓쳐서, 처음에 생각도 하지 않았던 집과 극적으로 조건을 타결하고 무사히 이사를 마쳤다. 두 달이 지난 지금 아직도 정리가 덜 끝나 2/3 정도만 제대로 쓰고 있지만, 올 여름 중에는 꼭 정돈 끝내야지. 짐을 많이 버려야 한다. 


7. 오래간만인 듯 오래간만이지 않게 강점 진단도 다시 하고 정식으로 MBTI 검사도 했다. 좀 더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강점들이 올라왔고 (불변의 모습도 당연히 있음) 가장 나다운 MBTI 결과를 얻었다. 역시 검사와 디브리핑은 전문가와 해야 한다는 새삼스러운 확신. 뭐랄까, 나는 현재의 내 자신이 마음에 든다. 수퍼노바도 아니고 끈기왕도 아니지만 앞으로 십여 년 정도는 (일단)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8. 아주 오래된 친구 둘을 각각 만났다. 한 명은 아티스트, 한 명은 쌍둥이 워킹맘. 신기한 것은 둘 다 나의 어린 시절을 아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나 뿐만 아니라) 친구들의 모습도 많이 잊은 편인데, 그들의 기억 속 내 모습은 놀랍게 생생하고 지금의 나와 많이 닮았다. "나는 중간을 몰라서 그런가, 그 때랑 지금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라는 친구의 말에 슬며시 웃었다.


9. 출장으로 얼룩진 제주도를 얼마만에 여행으로 갔는지 모르겠다. 마지막 기억은 대학원 겨울 언제였는데. 아름답고 호젓한 풍경보다 맑은 공기와 힘든 산책이 더 기억에 남아서 다음에는 좀 더 긴 시간 계획하고 찾아가야지. 그리고 강릉, 나의 강릉. 정말이지 내 자신이 쥐어짠 행주 같던 시절, 강릉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리고 우리 세 식구는) 지금과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을 거야. 그런 10년 여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10. 작년 한해 그림에 쏟아부은 시간과 돈 대신 올해는 시작부터 공연이었다. 반가운 뮤지컬 빨래와 아슬아슬하게 코로나를 비껴간 잃어버린 얼굴, 그리고 렛미플라이를 만났다. 렛미플라이 아홉 번 보러 간 후기를 쓰려고 몇 번을 창을 열었지만 아직 담지 못했다. 출퇴근길 매일 1시간씩 OST 들으며 중간 중간 대사를 읊고 있는 나, 아직도 렛미플라이 시즌 1 속에 살고 있는 듯. (뜻밖의 훌륭한 연극들도 만났지)



기억에 남는 One Pick

- 책: 디즈니 고객 경험의 마법 (내가 운영에 몸담는 한 나의 베스트 책이 될 듯)

- 콘텐츠: 싱어게인 2 중에서 31호와 34호가 함께 나오던 순간들 (두고 두고 못 잊을거야 흑)

- 전시: 강릉 아르떼뮤지엄 (나 미디어아트 안 좋아하는데...! 여행과 주변까지 어우러져 최고의 경험이었음)


하반기 결심 3가지

- 조금 자주 연락하기

- 하다 만 것 완결하기

- 계획해둔 것 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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