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메모 꺼내오기
옛날 메모장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2019년 봄의 미완성 글인데 1년 여 더 지난 지금 생각을 매듭지어 봅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그 안에서 공감대도 형성되지만, 그 안에서 명백한 격차도 존재하게 된다. 편을 가르는 것과는 다른, 다양성과도 다른, 격차를 생각해보는 아침.
1. 나이의 차이에서 오는 격차 - 세대가 다르고 성장배경이 다르니 이 점은 그냥 필수적인 것 같다. 옳다 그르다를 말할 게 아니라 불과 몇 년이라도 시대가 달라졌음을 서로 인정하면 좋겠다.
2. 경험의 깊이에서 오는 격차 - 전 세계 방방곡곡을 다니며 온갖 나라에서 코끼리를 구경해본 사람과, 태어나서 딱 한번 동물원 코끼리를 본 사람이 코끼리를 (본인 스스로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묘사하고 설명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코끼리를 책으로 배운 사람이 상상하는 것과, 말만 들었지 코끼리를 그림으로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의 상상 속 동물과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사실 최근 화제가 되는 이 글을 읽으며 가장 마음이 많이 무너진 게 이 부분이었다.
https://m.pann.nate.com/talk/355415247
3. 경험의 넓이에서 오는 격차 - 스무 개의 산을 정상까지 등반해 본 사람과 동네 뒷산만 스무 번 올라가 본 사람의 관점 차이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2번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둘은 뒤섞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도토리 키재기가 되기 쉬운 함정은 여기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4. 사회생활 연차 차이에서 오는 격차 - 이건 순수한 나이, 삶의 지속성(?)과는 다르다. 똑같이 마흔 살이 된 사람 둘이라도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과 스무살 이후 쭉 사회경험을 해온 사람의 언어나 행동 습관은 다르다. 그렇다고 연차로 혹은 나이로 사람을 무시하거나 하대하는 게 용인된다는 뜻은 아닌데, 살다 보면 그걸 잊고(?)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5. 성별에서 오는 격차 - 할많하않 이지만, 물리적인 차이와 사회적 장벽이 분명하게 존재하며, 이는 줄이고 없애고 낮출수록 바람직한 격차일 것이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세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치밀하게 사회 전체의 공고한 벽이 되어 있는지, 사람의 행동 뿐 아니라 생각까지 얼마나 천천히 확실하게 스며 들어가는지, 나조차도 각성의 순간마다 흠칫 놀란다. 우리는 더욱 민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