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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Sep 16. 2020

일상의 아주 작은 방해

오래된 메모 꺼내오기

옛날 메모장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2019년 봄의 미완성 글인데 1년 여 더 지난 지금 생각을 매듭지어 봅니다.


1. 꽤 지친 저녁이어서 할 일도 다 못 마치고 잠든 밤이었는데, 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새벽에 일어나 앉고 말았다. 벌써 모기 나올 계절이야? 모기를 잡거나 쫓아보려고 불을 환하게 켜면서 나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온 집안 불을 다 켰을 때는 보이지 않고, 스탠드만 켜둔 채 다시 누우니 다시 날아드는 게 보였다. 덥썩, 움켜쥐려고 해봤지만, 워낙 벌레 잡는 순발력도 없을 뿐더러 이불과 옷자락 틈새를 휘저은 거라 모기는 잡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잡혔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이불을 턱 끝까지 덮은 채로 누웠는데, 잠이 오면서도 깊은 잠이 쉽게 청해지지 않았다. 언제 다시 모기가 달려들까 싶었다. 어이없지만. 내 몸의 백분의 일도 안되는 한 마리 모기가 오늘 나의 꿀같은 밤잠, 상쾌한 아침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이를 어쩌지? 이렇게 작은 것에 나의 일상이 통째로 흐트러지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스물스물 다시 잠이 들 무렵 귓전에 또, 왱~ 한다. 아, 정말! 다시 벌떡 일어나 불을 켜며 잠이 달아났다. 그러기를 수 번, 결국 잡지 못하고 시간은 절대 깨어있으면 안될 새벽시간이라 어거지로 자리에 누웠다. 아, 내일도 정말 피곤하겠다.


2. 갑자기 나를 찾아오는 작은 방해 중 또다른 하나는 군것질이다. 입에서 무언가 주전부리를 찾는 것은 배고픔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고 무언가를 마시는 것으로는 절대 해소되지 않는 욕구이며 심지어 나는 어릴 때부터 아주 구체적으로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곤 했다. 홈런볼 과자, 오감자에 서울우유 커피맛, 아오리 사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만 파는 베이컨 치즈 올라간 감자, 이런 식으로. 먹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찾아 먹는다 해도 문제인 것이, 집중하고 있던 패턴이 다 흐트러진다. 먹지 않는다면 마치 손 닿지 않는 등 어디가 가려운 것처럼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 채로 정신을 분산시킨다. 이래도 후회되고 저래도 아쉬운 것. 잘 생각해보면 이 또한 스무살 이후 생긴 습관이다. 어릴 때 우리집에는 군것질이 놓여있지 않았다. 용돈도 빠듯해서 그걸로 스티커나 메모지 사기 바빴지 돈 아껴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간식거리로 없애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하루 일과가 유연하게(=엉망진창으로) 불규칙해지고 늦은 시간에도 이것저것 먹고 자극적인 단짠의 맛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어느새 출출하지 않아도 눈 앞에 무언가 있으면 손을 뻗는 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고쳐야 할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먹고싶은 군것질을 어떻게 대체해야 하는지 아직 방법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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