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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Sep 15. 2020

독립 공간

오래된 메모 꺼내오기

옛날 메모장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2019년 봄의 미완성 글인데 1년 여 더 지난 지금 생각을 매듭지어 봅니다.



MEMO


아이에게 언제부터 혼자의 공간을 줄 수 있을까, 폐쇄적이지 않으면서도 혼자의 자유를 누릴 후 있는 영역, 모니터링하지 않지만 필요하면 아이를 부르고 찾아낼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부모로서 아이가 완전히 단절되기 원하지는 않고,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는 스스로 많은 일들을 해내기 위해 가져야만 하는 공간을 아이에게 주고 싶다.


이런 생각은 이사를 하려고 집을 알아보며 하게 되었다. 다음 이사할 집에서는 아이에게 보다 넓은 공간에서 홀로 쉬고 방황할 자유와, 부모인 나에게 신경 곤두세우지 않으면서도 언제는 필요하면 아이를 바로 소환할 수 있는 구조를 동시에 갖추고 싶다. 물론 생각이 뻗어감에 따라 한 가지 더 추가된 부분이 있다면, "각 가족 구성원에게 각각 조금씩의 개인의 공간 만들기"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어 살며 내가 가장 그리워했던 몇 가지 중 하나가 '나만의 공간'이었다. 남편도 비슷할 거라 생각되는데, 그간의 다사다난과 상황들을 살펴봤을 때 '각자의' 독립적 공간은 우리 세식구에게는 사치였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아주 작은 구석 하나라도 나의 영역으로 떼어둘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이 공간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구분짓고 각자 개인적인 자유도 공동의 즐거움도 나눌 수 있도록 집을 나눠가질(?) 수 있는지 이번 달 최대의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이 시기의 고뇌가 새록새록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원대한 꿈과 아이를 향한 너그러운 마음과 자유를 원하는 갈망을 조금씩 담아 새로 이사하는 집에 아이의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 아이의 상태는, 정확히 말하면 '퇴행'이다.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하고 염려가 되어 야단도 쳐봤지만, 지금은 좀 느긋해졌다. 아이 나름대로 다음 걸음을 옮기기 위해 약간 뒤로 당기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풀 장전 하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때론 깜짝 놀랄 정도로 어른스럽게 말하고, 때론 가슴이 철렁 할 정도로 아기짓을 한다. 스스로 그러면서 들쑥날쑥 채워가는 중이겠지. 그 정도는 내가 기다려줄게.


어쨌든 그래서 아직 나의 작고 소박한 '독립 공간'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준비는 거의 다 되었는데. 곧 오겠지. 그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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