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메모 꺼내오기
옛날 메모장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2019년 여름의 미완성 글인데 1년 여 더 지난 지금 생각을 매듭지어 봅니다.
제목을 쓰면서도 솔직히 알고 있다. 하루에 한 시간을 만들려면, 나의 경우는, 핸드폰만 내려놓으면 된다.내 삶에 여백이 없어서 하루 한 시간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틈이 날 때마다 휴대폰으로 그 틈을 다 메꿔버기 때문에 틈이 안 보이는 것이다.
읽을 책이 쌓여있고 쓸 것이 밀려있다. 누가 나에게 강요한 건 아니지만 일을 하는 데 필요하고 인생 사는 데 언제나 공부해야 할 일들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먹고 자는 것을 제외하면) 특히 읽고 쓰는 것만큼 물리적으로 정직하게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또 있을까?
쓴다는 것은 매일 소설같은 창작을 해야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공부한 자료들을 발췌도 해야 하고, 요약도 해 두어야 하고, 내 실생활 - 그것이 일이든 일상이든 - 에 맞게 적용하고 기록도 해 두어야 한다는 그런 의미이다. 어려서부터 시험 공부를 할 때 늘 쓰면서 외우는 편이었고, 한번 이상 다시 '말해보거나' 다시 '써보아야' 내 몸에 붙는 지식 혹은 자료가 되었다. 지금까지도 그 습관이 고스란히 남아서 (나 스스로 재구성하여 다시) 쓰거나, 말하지 않은 어떤 새로운 것들은 죄다 흘러나간다.
오늘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에 가까운 메모이다. 오늘부터, 하루 딱 한 시간, 스마트폰을 접어두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이걸 어떻게 강제하고 기록하고 인증할까 하는 고민부터 하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누군가 나의 고삐를 쥐고 있는 방식을 버리지 못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 고삐를 누군가의 손에 쥐어주는 것 자체를 내가 주도적으로 의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니 타의가 아니고 '자의'라 합리화하며... 제일 유력한 시간은 퇴근 후 한 시간이리라. 내가 가장 정신줄 놓고 sns 채널 몇 개를 돌아가며 파고드는 시간, 아무 생각 없이 지난 몇 시간의 피드들을 읽고 흘려보내고 읽고 흘려보내는 시간.
물론, 사실, 퇴근 직후의 두 시간 정도를 순식간에 스마트폰 안에서 소진해버리는 나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그 시간은 '손가락은 움직이고 눈은 무언가를 보고 있지만' 그냥 뇌가 고민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에 가깝다. 계획하거나 질문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세포와 근육을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누워있는, 그런 느낌의 시간이다 (과학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 필요한 일이지만 현재의 방식이 정말 도움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 쉬려면 진짜 대자로 누워 허공 보면서 쉬어야지.
하루 한 시간씩 주으면 (평일) 한 달에 최소 20시간은 만들 수 있다. 책 두권이 아니라 네 권도 읽을 수 있을 테고, 밀린 자료정리도 방황할 필요 없을 거다. 이거 어떻게 나 스스로 '잘 지키도록' 만들 수 있지? 오늘부터 며칠만 고민해보고 (시험공부 전 시간표부터 짜는 느낌이지만) 실행해야 되겠다.
- 일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고민을 끄적이는 나를 보며, 한숨.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