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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Apr 10. 2021

사람 얻기

오래된 메모 꺼내오기

옛날 메모장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2019년 여름의 미완성 글인데 2년 여 더 지난 지금 생각을 매듭지어 봅니다.


사람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가 내 사람이라는 확신은 어디에 있고, 더 이상 그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멀어진 때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을 처음 시작한 것은 팀을 잘 운영하고 싶다는 고민에서부터였다. 재미있는 것은, 회사와 구성원, 리더와 팔로워, 대표와 직원, 팀장과 멤버 이런 관계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했는데 상황을 조금 떨어져서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무언가 연애와 육아의 혼합체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1. 서로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는 전제를 서로가 충실하게 가지고 있어야만 변화에서 오는 고통을 서로 달갑게 맞이할 수 있다. 

2. 마음이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며, 생각보다 인내와 반복의 시간은 길고 고통스럽다. 

3.누군가를 정말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신뢰도 있어야 하고 

4. 서로의 언어와 방식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하고 

5. 설령 본인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이유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분노 없이 나눌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내 사람이고 내가 그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6. 누구와 팀이 되더라도 처음에는 아이의 눈높이로 설명하듯 하나 하나 상냥하게 설명해야 한다. 서로가 그렇다. 

7.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실제로 체득할 수 있도록 실패와 재시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실패와 재시도 없이 짜여진 매뉴얼만으로는 절대로 근육이 생기지 않는다. 

8. 근력이 붙으면,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 그 때는 정말 단단한 팀이 된다.

9. 그렇게 아주 가까운 거리로 지내다가도 때가 되면 떠나보내야 한다. 마치 다 키운 자식을 억지로 내 곁에 눌러 앉혀두면 더 이상 그 아이가 성장할 수 없는 것처럼, 적당한 때에 이별하지 못하면 한쪽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고 한쪽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성숙과 성장은 다르다!)


다만, 육아와 연애 같은 개인적 관계와 회사와 거래라는 업무적 관계 사이에서의 차이는, 한 쪽은 (일단은) 나와 상대방만 괴로운데 다른 쪽은 주변에도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 그러니까 더 단호하고 더 타협하고 더 빠르게 선택하고 시도해야 하는구나 싶다. 근래 옛정을 못 잊어 사람을 놓아보내지 못하고 미련으로 붙잡고 있는 사람 둘을 근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제3자인 나는 물론 속이 답답하지만, 결국 결정은 당사자들의 몫인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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